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놓치면 안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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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해안 도로를 산책하면서 많은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본다. 이제는 이런 광경이 익숙해졌고 우리 주변에서 반려동물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천만을 넘어 천사백만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28.2%에 해당하며 대한민국 국민 3.5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낸다는 뜻이다.
이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며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도 일상 속에서 반려동물과 마주하거나 가족 중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25년째 비수도권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일에도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지금도 계속 변해 가고 있다. 오래된 수의사로서 ‘라떼’(나 때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때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죄인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예를 들면 군인아파트에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하자 반려동물을 아파트 내에서 기르지 못하게 하고 기르는 사실이 발각되면 이사를 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훨씬 더 많은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게 되면서 과거처럼 반려동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공동 주택에 거주할 경우 반려동물과 관련된 민원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가정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반려동물을 양육하거나 입양하기 전에 예상하고 준비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자.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에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일들
반려동물을 기르기에 적절한 생활 방식인가?
단순히 ‘내가 기르고 싶으면 기르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보다는 반려동물이 나의 삶에 왔을 때 나와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만약 너무 바쁘거나 반려동물이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한다. 생활 방식에 따라 적절한 반려동물을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동물을 선택하든 책임감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
가족 간에 충분히 상의하라
1인 가구라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가족이 함께 사는 경우라면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반려동물의 입양을 결정해야 한다. 강아지를 모두 예뻐만 하고 돌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가정 안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바람에 따라서 반려동물을 입양한 후에 모든 관리를 자녀에게 일임한다면(먹을거리 챙겨 주기, 배변 관리 및 미용 등의 위생 관리, 병원을 데리고 오는 건강 관리와 관련된 일을 자녀가 하기로 한다면) 그것은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자녀들이 미성년자라고 하면 더욱 그렇다. 그 일들은 모두 부모의 책임이 되기 쉽다. 온 가족 구성원이 함께 의논하고 관리에 대한 책임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돌볼 수 있는지를 고려하라
반려동물은 개인의 기호품이나 장식품이 아니다. 한번 입양하면 그들이 살아가는 날까지 그 모든 과정을 보호자인 반려인이 책임져야 한다. 단순히 귀엽거나 불쌍하다는 감정에 앞서 준비 없이 입양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며 반려인 천만 명이 넘는 나라에서 해마다 11만 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통계는 구조되어 유기 동물 보호 센터로 들어오는 동물들에 국한된 것이므로 실제 유기된 동물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하라
대부분의 반려인은 잘하고 있지만 일부는 반려동물을 입양한 후에도 위생 관리나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예방 관리(예방 접종, 심장사상충 예방, 외부 기생충 예방, 중성화 수술)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반려동물을 기르다 보면 질병을 피할 수 없는데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제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펫 보험 상품이 나와 있으므로 이러한 방법들도 좋은 대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미리 공부하라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일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번거로울 것 같으면 기르지 않았을 텐데.’라며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려면 소정의 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다. 충동적인 입양을 막기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려는 제도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고려해야 할 일들
예방과 관련된 최소한의 조치는 꼭 필요하다
동물 등록, 예방 접종, 구충(심장사상충 및 외부 기생충 포함), 중성화 수술 등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최근 강아지 산책이 늘어나면서 외부 기생충에 대한 주의가 필수적이다.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참진드기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직접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된 동물의 타액을 포함한 체액, 혈액을 통해 사람에게 2차 감염될 가능성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로부터 보호자와 수의사가 2차 감염된 사례가 보도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 질병으로 인해 보호자와 수의사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건강과 안전뿐 아니라 타인 및 다른 동물과의 접촉을 고려해 철저한 예방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려동물들의 증상과 활동 상황을 꾸준히 관찰하라
반려동물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거나 증상을 보이면 검진을 통해서 확인해 보기를 추천한다. 마냥 기다리며 지체하는 것은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문화가 오래되어 병원에 내원하는 상당수의 동물은 10세 이상의 노령견과 노령묘이다. 그들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지병을 관리받기도 한다.
심장병, 만성 신부전증, 퇴행성 관절 질환, 만성 치주염 등의 질병은 적절한 검사와 약물 치료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라고 생각해 치료할 기회와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비반려인의 입장을 고려하라
내가 좋아하는 반려동물이지만 반려동물에 익숙하지 않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비반려인도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먼저 반려인들이 비반려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가장 흔히 일어나는 분쟁은 공동 주택 내에 강아지의 짖음으로 인한 민원이다. 헛짖음이 많은 강아지를 위해 단독 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분리 불안으로 짖는 강아지에게 약을 처방한 후 민원이 해결된 사례도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나의 선택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준비하라
이 말이 다소 당황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십 년 넘게 함께한 반려동물의 죽음을 준비 없이 맞이하는 보호자가 겪는 슬픔은 헤아리기 힘들다.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이름의 질병이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려인이 많다. 때로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저는 항상 노령 동물을 진료할 때 보호자에게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처럼 그 순간이 언제나 준비되었을 때 찾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그 슬픔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 내 옆을 지켜 준 반려동물을 잘 보내 주는 것 또한 반려인이 가져야 할 중요한 준비 중 하나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동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기쁨과 사랑을 주고 때로는 자신의 삶을 희생해 가면서 우리에게 봉사하는 동물(맹인 인도견, 마약 탐지견, 경찰견, 군견 등)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반려동물을 잘 관리하지 못할 때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며 반려인을 포함한 시민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는 그만큼의 책임도 따른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그래야 동물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정훈 OK 동물병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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