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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최경천 교수 “선교적 교회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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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9.05.2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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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적 교회개척을 위한 역사적, 신학적, 실천적 제언
한국 재림교회가 선교하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그것은 주로 ‘선교활동들’(missions)이었지, ‘선교적’(missional)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선교적 교회는 한 마디로 개척하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한 교단이 선교적 비전을 통해 더 많은 비신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매년 교단이 가지고 있는 교회수의 3% 이상이 개척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미국 오순절교회(Pentecostal Holiness Church)의 경우 2004년에서 2008년까지 매년 20%의 교회가 개척되었다. 2014년 미국 중견 교단의 교회개척율은 6.4%였다.

그런데,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재림교회의 교회의 합병과 해산, 그리고 개척 통계를 종합하면 교회개척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척이 없는 교회는 가능한 많은 선교활동들을 통해 교회자체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재림교회는 원래 초기 재림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개척모델을 잃어버리고, 단일 교회의 교회성장에 매몰된 채 수 십 년을 보냈다. 기독교 선교학에서는 마케팅 원리에 기초한 교회성장이론에 대한 비평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림교회 선교는 개교회 교회성장이론과 자연적 교회성장론(NCD)으로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오는 교회 중심적 선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교회는 정체와 퇴보 사이에 놓여 있다.

한편, 한국 개신교회 진영에서는 지금까지 교회의 사이즈를 확장시키려 했던 크리스텐덤(Christendom) 사고방식을 극복하기 위해 선교적 교회론의 실천 모델들을 구체화하고 있다.대표적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2018년에 세운 선교전략이 ‘마을목회’이다. 지역사회의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마을 공동체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공동체와 함께 연대하고, 사회변혁을 공모하는 전략이다.

선교적 교회 신학에 기초한 교회들은 이제 사람들을 교회로 데려오려고 하는 마케팅적 ‘끌어오기식 선교’가 아니라, 성육신적 ‘들어가기식 선교’를 시도하고 있다. 교회가 없는 여러 지역에 들어가서 정착하여 살면서 지역주민들과 이웃이 되고, 그들의 육적, 영적 필요들을 충족시켜주는 성육신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선교적 교회 운동은 1세기 교회가 가지고 있던 본래적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신학적 노력으로 평가된다.

교회개척은 교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가질 때에만 가능성이 열린다. 다시 말해 근대적 철학에 기초해 동일한 교회를 주조하듯 복사하는 형태의 교회개척의 개념으로는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결과도 보장할 수 없다.

한국 재림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개신교회 대부분이 겪고 있는 성장침체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은 보다 더 선교적인 교회가 되는 길이며, 구체적으로는 교회개척 활동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사실 교회개척의 당위성을 논한다는 것은 거의 불필요한 일이다. 성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교회개척은 교회가 존재해온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 역시 하나의 유기체로서 시간이 지나면 초기의 열성이 시들고, 점점 기관화가 되어 퇴보하는 위기에 처한다.

복음은 단답형이 아니다. 복음은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모든 시대마다 작동하는 인생의 원리, 즉 세계관적 차원의 주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와 세계와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복음은 언제라도 이단화 될 수밖에 없다.

복음이 처해진 문화적 상황은 그 거대한 영향력 때문에 고립하거나 동화되거나 하는 사이에 놓여 진 팽팽한 긴장 그 자체이다. 이 긴장을 인지한 교회가 주어진 복음명령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기초로 몇 가지 도전해야 할 실제적인 교회개척의 방안들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첫째, 교회개척을 위한 목회자와 평신도의 역할 재수정이 필요하다. 앞서 초기 재림교회 역사에서 살핀 것처럼 목회자가 교회를 통해 선교한다는 것은 교회개척을 의미했으며, 목회는 곧 순회목회를 의미했다. 이미 초기의 선교모델에서 상당히 이탈한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성교회들의 존재 목적을 더 큰 교회를 지향하는데서 더 많은 교회를 개척하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후기세속화 사회에 맞는 통전적 교회개척을 모색해야 한다. 재림교회의 안식일 기별은 샬롬 신학과 함께 현 시대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안식을 제공하는 복음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압축경제성장으로 인해 파생된 사회적 문제들을 직간접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교회는 물론, 한 개인의 삶 역시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들은 단순히 교회 안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접점으로서 그리고 실제적인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도구로서 활용되어야 한다. 오늘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교회들은 더 이상 문화적인 탁월성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크기가 곧 교회의 영향력이다.

셋째, 합회나 연합회가 아니라 지역교회 자체가 교회개척과 선교 전략들을 개발하도록 도와야 한다. 재림교회의 현재 조직체계를 더욱 선교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림교회 초기부터 세워졌던 지역교회 중심의 선교 패러다임이 새롭게 강조되어야 한다. 선교는 지역교회가 처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모더니즘과 산업시대 패러다임에 근거한 조직력이나 수직적인 명령과 지시에 의한 체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 분명하다. 교회조직은 같은 믿음과 뜻을 가지고 있는 공동체가 연대를 통해 일할 수 있는 생태를 의미한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조작해서도 안 되며, 선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선택과 자발성은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문제이며, 곧 신앙의 문제이다. 선교전략 개발은 지역의 상황과 필요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지역교회가 주도성을 가지고 이루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역량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형편과 상황에 따라 전략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합회나 연합회가 할 일이다.

넷째, 작지만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교회를 개척할 수 있다. 인터넷 기반의 초연결사회는 거리와 지역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묶어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로 부지런히 연결되고 있다. 이제는 어떤 사업도 적극적인 플랫폼 활용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사람들은 재미와 의미로 묶이고 있다. 교회가 추구하는 이상이 인간본연의 삶의 의미와 닿지 못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

교회가 작기 때문에 영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기반에서는 개개인의 생각들이 존중되고, 교류되고, 자극되고, 생성된다. 뜻과 의미가 세워진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면 교회개척은 무한의 가능성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다섯째, ‘공감’을 통해 사람들의 실제 필요를 발견하고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회개척을 시작해야 한다. 모더니즘의 양분을 먹고 자란 현대인들은 성과와 물질 그리고 경쟁에 몰입되어 있다. 인간의 물화와 도구화는 교회 밖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문제이다. 과거 교회는 모더니즘적 가치관에 도움을 받아 상당히 가시적인 성장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인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회복해야 할 엄청난 도전이 남겨져 있다.

여섯째, 다음세대 리더십이 교회개척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세상은 기성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교회와 세상은 젊은이들 역시 주체로서 설 자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모든 세대가 가진 강점들은 서로가 배워야 할 자산들이다.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자산으로 젊은이들에게 전수되어야 한다.

일곱째, 신학교육과정을 교회개척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현재 신학체계는 목회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편성되어 있다. 모든 목회자가 교회개척자이던 초기 재림교회의 야성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신학교육을 기업가정신에 기초한 적극적인 사회변혁자로 키울 수 있도록 과목들을 편성해야 한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재림교회가 되기 위해서 목회중심의 신학교육에서 선교중심의 신학교육으로 전환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 일을 위해서 연합회와 신학과가 합의하고, 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여덟째, 교회개척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교회개척을 맨 땅에 헤딩하는 것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교회조직이 가진 장점들을 교회개척에 필요한 자원과 전문적 자문위원들의 조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교회 개척방안들—마을공동체 사업, 사회적 기업, 사회복지사업, 네트워크 사업, 미디어 교회개척 등—은 자원하는 열성 있는 개척자들을 위한 예산투자와 전문가지원에 의해서 실현할 수 있다. 기존 교회개척의 방식대로 건물과 집기 등 교회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을 채우는 방식을 넘어서,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하려고 자원하는 개척자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게 되면 시행착오를 가능한 줄이게 된다.

선교의 방법은 선교의 패러다임 즉 선교신학과 철학에서 결정된다. 과거의 영광은 그것으로 충분하고, 오늘의 과제는 오늘의 무기로 싸워야 한다. 현실에 뿌리박은 유용한 선교방법들은 교회가 가진 문화에 대한 태도, 구체적으로 시대정신을 비판하고 분석한 탄탄한 기초 위에서 개발되어야 한다. 실천은 신학에 기초할 때만 유효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선교이며, 선교는 곧 교회개척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 동안 교회는 모더니즘적 선교 강조를 통해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어왔다. 때로 의무적으로 요청하기도 하고, 때로 일방적인 선교(노방전도, 집집방문 등), 교리중심의 복음제시 등이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이끌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과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에 사용하던 미끼식 복음전도 방법에 반응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전도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가치가 제시되어야만 한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사람들은 개인의 가치, 수평적 가치를 높이 산다. 재림교회가 현대진리를 전하기 위해서는 오늘을 바르게 이해해야만 한다. 과거로부터 붙잡고 있던 전통 중에서 얻을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려야만 한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어떤 위치와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교회개척을 위한 과감한 시도를 감행할 수 있게 한다.

이 모든 논의에서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결국 인간의 마음에 붙여지는 선교의 열정이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에서 발원하는 선교적 상상력이 성령의 역사를 통해 더욱 풍성해질 때 오늘날 여전히 선교의 기회가 열려져 있으며, 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접근법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가 믿는 성령 하나님은 선교의 영이시며, 모든 믿는 자에게 임하시는 구원의 영으로 메마른 영혼들에게 생명을 주시는 유일한 능력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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