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사채널

전설

호머 트레카틴

올드 엉클이 조용히 앉아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올드 엉클이 사는 아프리카 마을에 저녁이 찾아왔어요. 몇 채 되지 않는 오두막집이 모인 마을 중앙에 혼자 앉아 있었죠. 어느덧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와서 같이 앉기 시작했어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서 피곤하지만 밤에 열리는 이 행사에 빠질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이 시간이 되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거든요.

둥글게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을 올드 엉클이 눈을 들어 천천히 둘러보자 주위가 조용해졌어요. 아이들이 기대에 부풀어 몸을 들썩이며 엄마 품을 바짝 파고들었어요. 오늘 밤 올드 엉클이 해 줄 이야기는 뭘까요?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 줄까요? 아니면 외우고 있는 긴 시를 낭송할지도 몰라요. 세상 소식을 이야기해 줄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식물이나 새, 곤충, 동물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돌보고 어디에 쓰는지를 말해 주기도 해요. 오늘 밤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요?

드디어 모두 모였어요. 올드 엉클이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목을 가다듬었어요. “옛날 옛적에 한 여행자가 기나긴 여행길에 올랐어요.” 아저씨가 이렇게 말하자 하루의 걱정이 조용히 어둠 속으로 물러가고 모두가 마음속으로 가만히 생각했어요. ‘아, 오늘 이야기는 전설이 되겠구나.’

 올드 엉클은 뛰어난 이야기꾼이에요. 그래서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모두 올드 엉클이나 주변에 있는 별과 불, 시원한 밤공기의 존재를 잊어버렸어요. 대신 올드 엉클의 생생한 이야기를 따라 어느덧 여행길에서 뜨거운 모래사막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주인공이 되어 있었어요. 

여행자는 길을 일찍 나섰지만 날씨가 너무나 더웠어요. 한낮이 되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찌 된 일인지 길을 잘못 든 것 같았어요. 타는 듯한 사막에서 길을 잃어버린 거예요.

물을 마시려고 했지만 물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안 돼!’ 이제 어떻게 할까요?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병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물병은 전부 텅 비어 있었어요. 병을 흔들어서 옆쪽에 붙어 있던 마지막 몇 방울을 입속에 넣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터벅터벅 걷고 또 걸었어요. 사실 어디로 가는지는 잘 몰랐지만 계속 가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어요. 저게 뭐지? 헛것을 보는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비볐어요. 저 멀리 나무가 있었어요. 진짜 나무요. 여행자가 마른 숨을 가느다랗게 헐떡이며 물을 먹지 못해 힘든 몸을 간신히 이끌고 급히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러다 이제는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나무에 다다를 때쯤 나무 아래 쓰러졌어요.

이제 죽게 된다면 그래도 그늘에서 죽을 수 있었어요. 거기 누워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똑! 똑! 똑!” 물소리 같았어요. 일어나 앉아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나무에서 물이 한 방울씩 모래 속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재빨리 빈 컵을 꺼내 모래 위에 놓았어요. “똑! 똑! 똑!” 여행자는 입술을 핥았어요. 사실 아직은 컵 속에 있는 물을 마실 생각이 없었어요. 컵이 가득 찰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마시려고 했어요. 그런데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똑! 똑! 똑!” 몇 번이고 손을 컵 쪽으로 뻗었다가 다시 거두어들이기를 반복했어요.

지금이야! 이제 몇 방울만 더 모이면 마실 수 있어요. 저것 봐요. 가득 찼어요. 그런데 여행자가 컵에 손을 뻗는데 무언가 나무에서 ‘쉬익’ 하고 튀어나오더니 컵을 쳤어요. 그러자 귀한 물이 메마른 사막 모래 위로 쏟아졌어요.

 “안 돼!” 

날아내려 와 컵을 넘어트린 새에게 소리쳤어요.

화가 나고 실망한 나머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어요. 여행자는 컵을 잡고는 다시 모래에 찔러 넣었어요. “똑! 똑! 똑!” 이번에는 망을 보았죠. 그리고 마침내 몇 방울만 더 모이면 마실 수 있게 되었어요. ‘쉬익!’ 그 새가 이번에는 다른 방향에서 날아와서 컵을 쓰러뜨리고는 다시 ‘쉬익’ 하고 나무로 날아갔어요. 

여행자는 너무나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고는 다시 컵을 세워 놓았어요. “똑! 똑! 똑!”   

그 뒤로도 컵이 거의 가득 차서 여행자가 마시려고 하면 새가 ‘쉬익’ 하고 나무에서 날아와 여행자의 가랑이 사이나 팔 밑으로 빠져나가며 컵에 담긴 물을 쏟아 버리기를 네 번이나 더 했어요. 화가 난 여행자 눈에 근처의 커다란 돌이 보였어요. 여행자가 일곱 번째로 컵을 세워 놓았어요. 이번에는 머리 위로 돌을 들어 올린 채로 자리를 잡고 기다렸어요. “똑!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도 듣는 둥 마는 둥, 다시 컵에 물이 천천히 차는 것도 보는 둥 마는 둥 했어요. 대신 돌을 단단히 잡고 던질 준비를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컵이 거의 찼을 때 새가 날아와서 컵을 넘어뜨렸어요.  

“야아!” 나무로 다시 날아가는 새에게 여행자가 소리를 지르며 돌을 던졌어요. 돌이 날아가 새를 맞히자 새가 퍼덕이더니 땅으로 떨어졌어요. 

“이제 물을 마실 수 있어!”

여행자가 중얼거렸어요. 그런데 컵을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놓다 보니 뭔가가 이상했어요. 

“안 돼. 지금 멈추면 안 돼!” 

여행자가 비명을 질러 봤지만 똑똑 떨어지던 물방울이 완전히 멈춰 버렸어요.

여행자는 화가 나서 소리치며 땅바닥에 쓰러져 흐느껴 울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어요. 저게 뭐지? 바로 위에 있는 게? 물이 뚝뚝 떨어지던 나무 속에 있는 게? 커다란 뱀이었어요. 바로 뱀의 송곳니에서 나오는 강한 독이 컵 안으로 떨어졌던 거예요. 별안간 여행자는 그 조그마한 새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그 새를 죽여 버린 거예요.  

깜빡이는 모닥불을 배경으로 서 있던 올드 엉클이 아무 소리도 없이 천천히 불빛 밖으로 걸어 나갔어요. 모두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아저씨가 해 준 이야기에 어떤 뜻이 들어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

“어린 시절 마을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어. 그런데 그리스도인이 되면서 알게 되었지.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오래된 뱀이 돌아다니면서 모든 방법을 써서 우리를 망치려 든다는 걸 말이야. 예수께서 우리를 그 ‘뱀’의 독에서 구해 주셨지만 우리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어. 예수님은 우리를 구하려고 갖은 애를 쓰셨는데 말이야!”

내 친구 피터가 나에게 해 준 말이에요. 

그러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어요. 

“그래도 올드 엉클이 해 준 이야기 그 이상이 예수님 이야기에 들어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해.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죽으신 걸로 그치지 않고 무덤에서 일어나셨지! 살아나셨어! 그리고 우리를 구원하러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셨잖아.”

호머 트레카틴 목사, 교사, 행정가, 선교사로 봉사하고 은퇴했습니다.

보배로운 말씀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사랑하여 독생자를 주셨다. 이는 누구든지 그의 아들을 믿는 사람은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다.”(요한복음 3장 16절, 쉬운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