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죽지 않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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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하다. 믿음의 선봉이었던 외할머니는 말도 안 되는 시각에 일어나 말도 안 되게 오래 기도하셨다. 기도회, 저녁 예배, 성경 공부, 안식일학교, 안식일 예배는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교회 집회에 참석할 뿐 아니라 간증과 전도에도 열심이셨다. 할머니는 성경을 가르쳤고, 선교 사업에 재정을 희생했고, 예수님과 그분의 재림에 관심을 보이는 누구에게든 말씀을 전하셨다.
하나님에 대해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려온다. 손주들에게 이야기할 때 할머니는 가장 신이 났다. 할머니는 전도용 이미지가 담긴 바인더를 불쑥 꺼내어 다니엘 2장의 신상, 다니엘 7장의 네 짐승, 2,300주야 예언 도표, 성소 그림으로 둘러싸인 놋 제단 위에서 예수를 상징하는 어린양이 희생당하는 장면들을 보여 주곤 하셨다. 솔직히 내 생각에 할머니는 그 순간 뜨거운 열정과 함께 황홀한 환상 속으로 빠져 들어가시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 할머니는 만날 늦게 데리러 오는 교회 승합차 운전자 때문에 잔뜩 화가 나서셔 운전면허를 따기로 마음먹으셨다.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어르신이 면허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아 공개적으로 축하해 주었고 할머니는 민망해하셨다. 결국 외삼촌은 할머니에게 반짝이는 노란색 자동차를 사 주셨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자랑스럽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도로 위에서 할머니가 모든 사람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난다. 돌아가신 지 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지금도 할머니의 목소리와 감화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성경에 따르면 할머니는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거나 그 혼령이 집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른 채 대한민국 포천의 묘지에 잠들어 계실 뿐이다.
하지만 고인이 되신 할머니는 여전히 살아 있다. 육신이나 영혼이 살아 있는 게 아니라 할머니의 기도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할머니가 생존해 계셔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할머니의 기도를 들으셨고 또한 지금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수명이 다한 후에도 할머니의 기도는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도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우리 주님의 귀에 들어간 기도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할머니가 전한 전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할머니가 가르친 성경 이야기, 할머니가 성경을 탐구하고 살폈던 시간들은 그 목소리를 들었던 이들의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다. 할머니의 권면에 담겨 있던 진리, 할머니의 영적인 습관, 가르침, 제자 훈련, 정체성, 할머니의 양육은 그의 영적·생물학적 자여손에게 계속 살아 있다.
할머니가 지닌 부활의 소망은 다른 이들에게 계속 살아 있다. 할머니의 심장은 이제 멈추었지만 같은 소망을 품고 있는 많은 사람의 심장이 오늘도 뛰고 있다. 우리 구주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 부활할 할머니의 모습을 보길 열망하면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할머니의 기도가 응답받는 모습을 보고자 갈망하면서, 아버지의 음성을 듣고 영원한 영광의 부활로 깨어날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자 소망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