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절하고 어수선한 교회
페이지 정보
본문
너절하고 어수선한 교회
저스틴 김
농사에는 문외한이라 수확기 하면 밭이 지평선까지 쭉 펼쳐지고 황금빛 물결이 가을 하늘과 만나는 낭만적인 장면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밀이 바람에 춤추고, 수확하는 사람들이 남녀 혼성으로 화음을 넣으며 소리 높여 노래하면서 리듬에 맞추어 낫질한다. 가득 쌓아 놓은 과일과 채소 사이로 건초 더미가 이리저리 통통 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흥에 겨워 왁자지껄하게 일한다. 추수는 겨울을 견뎌 내는 데 도움이 되기에 동물들도 즐거워한다.
성경에서는 그렇게 낭만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잠언 14장 4절은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라고 말한다. 소는 농사에 활용하는 힘센 동물로 당연히 힘과 생산성을 상징한다. 소는 큰 짐을 나르고 다양한 작업에 필요한 힘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위풍당당한 짐승인 소를 기르는 축산업을 하려면 지저분한 일도 해야 한다. 소에게 필요한 열량을 공급하고 소가 소화 과정을 마치면 뒤처리도 해야 한다. 구유와 마구간을 청소하는 일은 수확과 마찬가지로 일의 일부이다. 그런데 풍작은 소의 힘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지저분한 수단을 통해 굉장한 결과가 나온다.
하나님께서는 전도 즉 영혼의 추수에 인간을 관여시키신다. 그런데 인간 안에는 추악한 면이 많다. 구유는 끊임없이 채워져야 하므로 우리에게는 지속적인 보살핌과 투입,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마구간과 구유에 묻은 오물은 깨끗이 씻어야 하므로 우리에게는 정화와 씻김, 보존이 필요하다. 더러운 악취, 구린내, 더러움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탄의 역사가 아니라 죄 많은 인간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으로 역기능이나 좌절, 오해, 질투, 옹졸함, 완고함, 성격적 결함, 심리적 자극, 낙담, 초조, 불안이 여기 들어간다. 그러나 놀랄 만큼 지혜로우신 하나님께서는 소에게서 큰 가능성과 힘을 보시며 우리에게 있는 구유와 마구간에 대해서도 인내하신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교적인 것은 모든 게 완벽하고 사랑이 넘치며 좌절이나 실패, 실망이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교회와 영성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하나님의 일꾼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완벽한 결과를 도출하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실상은 매달 사역을 그만두는 목회자가 수십 명이며, 매년 교회를 떠나는 교인이 수백 명이며, 세대마다 신앙을 저버리는 신자가 수천 명이다. 그렇게 낭만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잠언의 말씀이 옳다.
그렇다 하더라도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소나 구유가 아니라 수확이다. 수확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더러움은 참을 만한 가치가 있다. 수확이 지닌 힘을 본다면 목회자가 낙담하고, 교인이 불만을 품고, 신자가 교회에 실망한다고 해도 다 이겨 낼 수 있다. 우리는 목전의 일이 아니라 수확이라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떠한 더러움을 겪는다 해도 주님을 위한 수확에서 ‘얻는 것’에 눈을 떼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