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사채널

본문 바로가기
더보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애드벤티스트월드

눈물을 담는 병

페이지 정보

년월호 2023년 6월호 젊은 그들
글씨크기

본문

눈물을 담는 병


“마사* 님, 유감스럽지만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35세 여성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다 보니 가슴이 무너졌다. 이 환자는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에이즈 감염을 동반 질환으로 진단받았다. 그런데 수술하면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그 당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4기 암이 폐와 간, 대장으로 퍼져 있는 상태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환자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나? 아무 말없이 환자와 함께 슬퍼해야 할까? 아니면 희망이 담긴 말로 위로해 주려고 애써야 할까? 조만간 암으로 이 환자가 죽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 순간에 이 환자가 받아들일 만한 한 조각 희망으로 무엇이 있을까? 잠시 환자가 집에 남겨 두고 온 어린 두 아이를 생각했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약 일주일 후 병원 복도에서 동료가 갑자기 나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이 소식 전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출장 때문에] 없는 사이 마사 환자가 사망했어요.” 충격과 경악, 놀람, 비탄, 슬픔, 분노, 부정, 죄책감 같은 감정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서 몸이 얼어붙었다 .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슬픔과 고통에 익숙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 슬픔, 이혼으로 배우자를 잃는 슬픔, 불치병으로 건강을 잃는 슬픔 또 우울증과 불안으로 정신적 평화를 잃는 고통, 어떤 이는 직장이나 집, 자동차 또는 예상치 못한 실패로 꿈과 기대와 열정을 잃기도 했을 것이다. 슬픔을 겪으면 흔히 던지는 질문이 있다. “주님, 왜죠?”  

우리가 슬픔을 겪는 데는 하나님에게 의도하신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에서 이것을 알 수 있다. “여호와께서 그로 상함을 받게 하시기를 원하사 질고를 당케 하셨은즉 그 영혼을 속건 제물로 드리기에 이르면 그가 그 씨를 보게 되며 그 날은 길 것이요 또 그의 손으로 여호와의 뜻을 성취하리로다”(사 53:10).  우리가 이 땅에서 슬픔을 겪는 과정은 우리를 영생의 삶으로 인도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세우신 좋은 계획의 일부가 아닐까?

슬플 때 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음에 따른 고통을 받아들일 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게 된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든 믿었던 쪽에 배신을 당하면서 일어나는 우정의 죽음이든 지원했는데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일어나는 열정의 죽음이든 연인과 헤어지면서 일어나는 낭만적인 관계의 죽음이든지 말이다. 비록 우리의 눈이 욥처럼 "근심으로 하여 어두워”(욥 17:7)질지라도 주님께서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모아서 기록하고 계시기에 눈물이 하나도 헛되지 않다는 시편 기자의 말에서 용기를 얻는다. 다윗은 이렇게 말한다.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으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시 56:8). 

마사가 때 아닌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내가 마사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울어도 괜찮아요. 하나님께서는 환자분을 정말 사랑하셔서 환자분이 흘리는 모든 눈물을 병에 담아 기록하고 계신답니다.” 슬픔과 고통의 심연에서 이것만이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확실한 진리이다. 바로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 말이다. 


*가명이다.

프레더릭 키마니 케냐 나이로비에서 고문 의사로 봉사하고 있다.

애드벤티스트월드 검색

사이트 정보

  •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
  • 고유번호증번호: 204-82-62040
  • 대표자: 강순기
  • 운영자: 이상용
  • 운영센터 : 02-3299-5294
Copyrightⓒ adventist.or.kr All right reserved.
Contact [email protected]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