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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되는 성경 구절-빌립보서 1장 23~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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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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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한 영혼(靈魂)과 악한 육체(肉體)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원론(二原論, dualism)을 믿는 사람은 본 구절을 인간의 사망 시에 육체는 죽고 영혼은 하늘에 가게 된다는 강력한 증거 구절 중 하나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어떤 이원론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은 신자들이 죽음 이후에 하늘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을 것에 대하여 말하는 신약의 가장 명확한 구절이다. 이 본문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에서의 삶을 위해 이 땅의 삶에서 떠나고 싶은 바울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사는 것과 죽는 것, 그 두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하며 또 그 둘 중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즉 죽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성도는 죽으면 즉시 천국에 들어가며 그리스도께로 간다.” 


먼저 본 구절에 대한 이원론자들의 이해는 문맥과 어울리지 않는다. 당시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 있었다. 그곳에서 생애를 마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그는 생명에 대한 집착도 버렸다. 다만 그는 그리스도와의 교제가 더 깊어지는 것을 소원했다. 따라서 그는 죽음조차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는 죽음을 초월한 그리스도와의 깊은 관계를 소원하였다. 그러나 그는 빌립보 교회를 생각하면 죽음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의 개인적인 지도와 헌신적인 삶의 모본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내가 육신으로 있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니라”라고 말했다. 


또 본 구절에 대한 이원론자들의 해석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들은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라 그렇게 하고 싶으나”라는 바울의 말을 관계론적인 진술이 아니라 인간론적인 진술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원론자들은 본 구절을 바울이 죽음을 뛰어넘는 자신과 그리스도 사이의 깊은 관계에 대한 소망으로 이해하지 않고, 죽음과 부활 사이에 있는 육체와 영혼의 ‘상태’에 대한 진술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구절에서 믿는 자들이 죽을 때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주장을 위한 논증을 뽑아내려는 시도로는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여기서 바울은 죽음 이후에 있는 인간 상태에 관하여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본 구절은 죽음 이후의 인간의 ‘상태’에 대하여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에 본 구절은 죽음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신자와 그리스도 사이의 깊은 관계를 표현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이 관계는 죽음조차도 방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믿는 자가 죽으면 곧바로 그리스도 곁에 있게 된다는 것은 바울의 사상이 아니다. 바울은 성도가 죽으면 잠자고 있다가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변화된다고 가르친다(고전 15:51). 바울에게 있어서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잠자는” 것이다(고전 15:18; 살전 4:14). 바울은 죽음 이후에 곧장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 소망한 것이 아니라 재림을 기다렸다(딤후 4:8 참고). 


결론적으로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을 바울이 “훨씬 더 좋은 일”이며 또한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죽음 이후의 인간 상태에 관한 교리적인 진술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바울이 비천한 자기 존재의 끝을 바라보며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자 하는 그의 강렬하고 열렬한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지상훈 ​신학박사, 토론토교회 다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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