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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방에서 자녀를 구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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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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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에서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독방 감금 체험에 관해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이 체험에 참여한 부모는 그 시간을 통하여 세상과 단절된 자녀의 심정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한 내담자 아버지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분은 단 한 번 봤지만 상처받고 절망에 빠진 자녀에 대한 아버지의 진심과 사랑이 유능한 상담자보다는 낫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 고맙고 훌륭한 분이었다. 


그분을 만나게 된 계기는 은둔형 외톨이로 학교를 가지 않는 A를 상담하면서였다. A를 만나기 전 은둔형 외톨이에 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그와 너무나도 다른 착하고 모범생다운 이미지를 가진 A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한창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할 나이에 A가 홀로 겪었을 상처입은 마음과 세상에 대하여 마음의 문을 닫게 된 사연을 알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 나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홀로 방에서 생활한 아이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A와의 상담을 마무리해야 되는 시간이 다가오자 오랫동안 곪아 터진 아이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며 함께 고통과 무기력감에서 고생했을 가족들을 지지하기 위해 부모님과 면담을 하였다. 모범적이고 우등생이었던 A가 갑작스럽게 변하게 된 원인,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부모의 영향력과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을 하셨지만 아버님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반응이 없으셨고, 상담을 마친 후 문을 열고 나가시는 씁쓸한 뒷모습에 여러 걱정이 들었다. 


A와의 마지막 상담을 위해 전화했을 때 너무나도 놀란 것은 지금 학교에 가서 상담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A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리니 부모 상담을 하고 난 후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아이가 마음을 바꿔 학교를 갔다는 것이다. 상담자로서 병원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상담을 했을 때도 마음의 변화가 없었던 아이가 아버지와 무슨 대화를 했기에 2여 년의 시간 어두운 감옥과 같은 방에서 스스로 나왔을까 무척 궁금하였다. 그리고 A를 만나기 위해 학교로 갔다. 


A와의 상담을 종료해야 하는 나로서 할 말이 많았지만 A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어떻게 이와 같은 용기를 내게 되었는지 연유를 물었다. A는 상담자와 한 부모 상담 이후 아버지가 들려준 말이 자신에게 힘이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자신의 뒷모습이 A에게 나쁘게 보인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고, A만큼은 원래의 모습대로 기쁘고 신나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사람인지 거듭 이야기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과 간절한 말은 추웠던 자신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되었고, 어둔 방에서 빛의 공간으로 그리고 홀로가 아닌 사람들 사이로 나오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내딛게 하는 디딤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뉴캐슬 정신의학과 교수인 리처드 플레처는 타인과 원만한 상호 관계를 맺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되는 사회성은 아버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아빠는 가정과 사회를 연결시켜 주는 다리’라고 이야기한다. 옥스퍼드 대학교 자녀 양육 연구소에서도 아버지가 자녀의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자녀의 우울증, 충동성, 비행 행동 및 거짓말이 적고 사회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리처드 플래처 저, 김양미 역,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서울: 글담, 2012.).


자녀에게 이 세상이 안전하고, 자신만의 장소로 창조해 내도록 아이의 동반자가 되어 주고, 사람들을 신뢰하는 좋은 만남은 아버지에게서 시작된다. A의 아버지는 자녀의 아픔에 자신의 그 능력을 각성시켰고, 원래 좋은 아버지로 회복된 그의 모습은 A가 은둔의 방에서 나와 자신의 꿈을 향해 웃으며 달리게 도와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에게 능력과 힘의 근원을 주는 모든 아버지를 응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빠 힘내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행복한 세상을 선물로 줄 것이다.



​김세미 ​기독교 상담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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