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변화는 채식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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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로운 해가 밝았다.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로운 한 해를 소망하며, 지난 12월 31일까지 묵은 마음과 지난했던 기억을 모두 버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같은 자리에만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그래도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변화는 삶에 의미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변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늘 고민스럽다. 올해 우리는 변화를 위해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 사실 늘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대한 목표의 성취가 아니다.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래서 혹시 건강, 다이어트, 성취감이 느껴지는 삶,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 등을 원한다면 채식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채식은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건강과 다이어트는 모두 식습관을 바꾸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채식 위주의 건강한 식습관은 음식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삶이 변하는 성취감을 직접 느낄 수가 있다. 삶을 지탱하는 음식을 바꾸는 일은 삶의 판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다.
우리 모두의 채식
채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채식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채식을 지향하는 식습관을 통해 채식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현재 채식은 변화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각자의 삶의 방식에 맞춰 채식을 시작하고 있다. 채식에 자신을 맞추는 시대가 아니라 채식을 자신에게 맞추는 소위 ‘채식 커스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육류와 유제품의 섭취를 줄이는 채식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채식은 자유롭게 삶에 스며들고 있다. 줄이기주의, 플렉시테리언, 노치킨주의, 노삼겹살주의, 주말채식주의, 홈채식주의, 비덩주의 등으로 그 방식이 다양하고 심지어 참신하다. 또한 채식의 목적도 다양해졌다. 건강, 환경 보호, 기후 위기, 동물권 보호, 종교적 이유 등으로 사람들은 채식을 한다. 나는 건강을 위해 주로 집에서 채식을 하는 ‘홈채식’을 하고 있다. 채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채식은 삶을 어떻게 바꿀까?
채식이 정말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채식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삶을 바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건강해진 자신의 모습은 채식을 지속하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된다. 더 나아가서는 내 삶의 방식을 성찰하게 된다. 먹는 일로 삶을 바꾸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우며 스스로 빠져들게 될 정도로 흡입력이 있고, 때론 만성 질환이 호전되는 등의 극적인 순간도 있다. 나는 채식을 하면서 육류나 유제품 없이 식사를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며, 그동안 당연하게 먹어 왔던 음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삶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 그동안 나는 인생에서 익숙한 선택만을 했을 뿐 또 다른 선택이 더 큰 기쁨과 만족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혹시 그동안 인생의 수많은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은 아닐까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열린 마음과 자세로 새롭고 다양한 것을 실천하고 경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채식을 하면서 깨닫게 된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불가능한 일은 없다. 다만 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채식의 기본은 버릇을 고치는 일
채식을 잘하려면 ‘채식은 식습관’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된다. 식습관은 개인이 어려서부터 음식을 먹어 온 버릇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채식은 ‘버릇을 고치는 일’이다. 그런데 버릇을 고치는 일이 어디 쉬운가.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원래의 식습관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을 자책하며 죄책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이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단지 오래된 습관 때문이다. 절대로 자신을 탓하지 말고, 오히려 조금씩 식습관을 바꿔 나아가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채식은 어떤 일의 결과가 아닌 우리가 평생을 지속하며 관리해야 하는 식습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초간단 가이드
채식을 잘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식사를 놓치지 않고 잘하면 된다. 채식은 궁극적으로 채소가 좋아지는 입맛으로 바꾸는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채소를 식단의 구색을 맞추는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채소의 맛에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정해진 식사 시간을 잘 지키며 다양한 채소를 꾸준히 맛보면 입맛은 생각보다 빨리 바뀐다. 간단하게 때우는 식의 샐러드 같은 음식은 입맛을 바꾸기 어려울 뿐더러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분을 얻지 못해 오히려 채식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반드시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식사를 하고, 육류와 유제품 또는 인스턴트 음식의 비율을 점차 줄여 가자. 동시에 익숙한 채소를 시작으로 조금씩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추가하여 먹어 보자. 만약 반찬을 만들기 어렵다면 채소 반찬을 사 오는 것도 채식을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엔 채식 반찬을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도 잘되어 있고, 주변에 반찬 가게도 많이 있다. 채식을 할 때 굳이 어려운 요리를 할 필요는 없다. 한식에 있는 각종 나물 반찬, 조림, 두부, 무침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 대부분 채식이다. 집에서 주로 채식을 하는 홈채식을 중심으로 식사를 최대한 잘 챙기면, 채식이 좋아지는 입맛으로 바뀌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채식을 제대로 잘해 보겠다고 굳게 마음먹기보다는 식사 때마다 ‘음식을 맛있게 먹을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좋다. 사람들은 종종 채식에 실패하는 이유를 채식 식단 자체에서 찾을 때가 많다. 하지만 채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채소도 음식이다. 나름의 풍미와 맛이 있다. 즉 먹는 사람의 상태가 문제다. 음식이 가장 맛있어지는 순간은 바로 배가 고플 때이다. 그런데 우리의 혈당은 늘 높아져 있다. 혈당이 낮아지고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야 허기짐을 느끼는데 늘 입에 군것질을 달고 살기 때문에 우리는 진정한 배고픔을 느끼기 힘들다. 더군다나 활동량도 적기 때문에 칼로리 소모도 적다. 때문에 우리는 활동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운동을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일상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차원으로 활동량을 늘리면 좋겠다. 산책을 자주하고, 한두 정거장은 걸으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일부러 멀리 있는 복사기에서 복사를 하고, 집 안 청소를 자주하고, 평소에 귀찮았던 일들을 하자. 이 모든 활동이 칼로리를 소모하는 일이다.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한다면 이 정도의 활동으로도 배가 고플 만큼 충분한 칼로리 소모를 할 수 있다. 다시 배가 고파지면 식사를 충분히 하자. 그러면 포만감을 느끼게 되므로 간식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식생활로 일상생활에서 칼로리를 소모하면 건강한 식습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채식이 점차 맛있어지고 기대가 된다면 그것은 당신의 삶에 활력이 넘치며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마하트마 간디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맛이 진짜로 자리한 곳은 혀가 아니라 마음이라고 했다. 나는 채식이라는 작은 목표를 성취해 가는 과정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먹는 것과 삶은 떼 놓을 수 없다. 잘 먹으면, 잘 산다.
- 홍승권 『우리 모두의 채식』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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