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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즐기는 제주의 바람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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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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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대로 제주도는 삼다(三多)의 섬이다. 여인, 돌 그리고 바람. 옛적에는 여인들이 많았겠으나 지금은 잘 모르겠고 돌과 바람은 확실히 그러하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 여파로 여름 나기가 해마다 힘들어져 세계 곳곳에서 걱정스러운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한숨 섞인 소리가 너무나 자연스럽다. 

제주도는 철마다 탐방객들을 즐겁게 하는 색다른 맛과 멋이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여름에는 바닷가와 숲속의 천연 힐링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바다에서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말없이 먼 바다 끝을 응시하는 소위 ‘수평선 멍 때리기’로 세상 시름을 날려 버릴 수 있다. 하지만 따가운 햇살이 부담되거나 싫다면 청정한 숲속과 계곡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바다보다는 숲을 더 즐겨 찾는 편이라 제주를 찾는 방문객이라면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 비자림과 사려니숲으로 안내하고 싶다. 피부뿐 아니라 눈으로도 바람의 행적을 찾고 느끼는 재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한라산 둘레길, 서귀포 치유의 숲, 머체왓 숲길, 삼다수 숲길, 비밀의 숲, 절물 휴양림 등이 동(東)과 서(西)에 각각의 특징을 띠고 있어 모두 가 볼 만한 명소들이다. 그리고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냉풍을 즐기고자 하면 1,100도로의 길을 여유로이 운전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못내 바닷바람이 아쉬운 탐방객을 위해 수월봉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여담이지만 비자림은 입장료도 저렴하고 사려니숲과 수월봉은 그냥 들어서면 되는 곳이다. 세 곳 모두 주차하기도 불편하지 않다.  

세미한 바람 소리를 만나는 비자림(榧子林)
고요히 세미하게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옅은 흔적의 바람길을 따라 걷는 유쾌함이 있는 곳이 비자림 숲길이다. 매표소로부터 약 2백 미터 정도의 곧은 진입로를 지나오면 본격적인 비자림 숲길로 접어든다. 비자나무 열매가 쏟아내는 은은하면서 적당히 고급진 향내를 맡으며 주종인 비자나무와 각종 수목들이 들어차 있는 원시림 사이를 지나는 행보는 누구든지 걸음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게 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약간의 숲속 습기가 있긴 하나 비자나무들의 모양 하나하나에 시선이 집중되고 누구나 기념사진을 남기게 된다. 여름철 텁텁함도 여기만의 신비감에 파묻히고 만다. 순박한 영혼의 소유자라면 어느새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내리쬐는 빛줄기를 세어 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삶의 무게에 눌려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넉넉히 공감하듯 버텨 온 그 연수(年數)가 궁금해지는 비자 고목들의 가지들은 홀로 휘어지고 때론 서로 어겨 안은 자태(姿態)들을 연출하며 방문객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빽빽한 공간 때문에 머리카락을 휘날릴 정도의 바람은 기대할 수 없지만 간간이 보이는 숲속 빛내림은 각종 새들의 곡조를 더욱 선명하게 해 주고 명암의 조화와 수목들의 고유한 색조를 빚어내어 미세한 바람으로 다져진 오솔길을 비춰 준다. 그 순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먼 나라의 비밀스러운 숲길을 걷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비강(鼻腔)이 흔쾌해지도록 비자 열매 향을 살포시 머금고 다가오는 바람, 안구(眼球)를 치유하는 연초록과 진녹색의 고요한 바람이 걷는 내내 행복의 기운으로 몸속에 스며들 것이다. 힘들어도 소망을 잃지 말라는 절친의 나지막한 속삭임같이 찾는 이들의 귀를 복되게 하는 비자림 숲길을 찾아가 보자. 그곳에서 선량한 바람을 만나 보자. 미세한 바람 줄기를 즐겨 보자. 


신령한 바람맞이, 사려니숲의 미풍(微風) 
사려니 숲길은 곧게 치솟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청량한 향기를 즐기며 미풍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목조 데크길을 조용히 걷다가 나무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바람 친구의 다정한 얘기를 들어도 좋고 검은빛 흙길을 밟으며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푹신함을 느끼고 여유 있는 생각의 시간을 누리는 기쁨도 낭만적이다. ‘사려니’는 ‘신령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이름처럼 단순하면서도 신령하기까지 한 분위기에 젖어 들기 시작하면 까마귀의 큰 소리조차 친근하게 들린다. 울창하지만 넉넉한 간격을 유지한 채 솟아오른 나무 기둥들은 작은 바람의 부피들도 풍성하게 하며 바람길을 더 또렷하게 마련해 준다. 아무런 방향에서 불어오는 급한 바람이라 할지라도 사려니숲을 만나게 되면 일단 차분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온갖 불순물이 뒤섞인 공기 덩어리라 할지라도 사려니숲 앞에서는 완벽히 정화된다 말하면 도를 넘어선 억측(臆測)일까?

엄마 아빠와 함께 찾아온 어린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이 뛰어가면서 만들어 내는 나무 데크 충격음마저도 정겹게 들린다. 복잡한 생각을 단순 명료하게 만들고 일부러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스레 겸손한 심사(心思)의 채비를 갖추게 한다. 사려니숲 바람의 능력이다. 심란한 생각 송이들이 하나둘 잘 정돈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미풍의 솔직한 음조가 느껴지면 지나가는 모든 이의 모습이 더욱 친근해진다. 결코 화려하지 않으면서 오감을 시원케 하고 정직한 감응이 충만한 신령한 바람을 만나러 사려니숲으로 와 보시라!

온갖 잡념 날려 버리는 수월봉 강풍(强風)
숲속 바람만으로는 너무 아쉽다면 수월봉 방문을 권하고 싶다. 사실 수월봉은 지질트레일로 알려져 많은 탐방객이 찾는 명소이다. 아쉽게도 올봄 다량의 강우 때문에 오랜 기간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처음 찾는 이들은 이름을 보고 ‘봉우리인데 땀 흘리며 고생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할지 모르나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 높이는 나지막한 언덕 수준이며 맨 위까지 차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꼭대기에는 꽤 큰 정자가 있는데 햇살을 피해 장시간 강풍 샤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햇빛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절벽 위 안전 울타리에다 양팔을 올려놓고 턱을 걸친 채 ‘강풍 멍 때리기’를 해도 제법 폼이 난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출발함 직한 바람은 해안가 마을을 인사하며 지나오다 바람개비 모양의 해양 풍력 발전기 수십 기를 움직인다. 그 바람개비들이 힘을 더해서일까? 그리 높지 않은 수월봉 정상에서 맞이하는 해풍은 초강력 태풍급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까이 보이는 작은 섬 차귀도는 우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바람 친구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마치 멍 때리듯이 바라보는 방문객들의 눈치를 살피기라도 하듯 말이다.

복잡한 심사를 단번에 날려 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능력의 바람이 필요하다면 제주도 서쪽 수월봉에 올라 보자. 수월봉에 불어닥치는 강풍은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을 만나고자 황급히 달려오는 또 다른 방문객이다. 푸른 바다 색상을 한껏 끌어안고 태고의 신비가 어려 있는 지층의 평행곡선을 발판 삼아 절벽을 황급히 차오르고는 온갖 시름들을 빼앗아 뒤편의 넓은 평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진리를 전파하며 정의로운 삶을 살고 불순한 것들을 물리쳐야 할 능력이 필요한 세상이다. 세미한 바람, 단순한 미풍, 속 시원한 강풍 그 어느 것이라도 좋을 듯하다. 신령한 능력의 바람이 하늘로부터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기도를 올려 보내는 8월이다.


​김기수 표선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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