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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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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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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산 피에트로의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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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선: 

《산 피에트로의 피에타》에 묘사된 마리아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하는 말로서 특별히 십자가에서 내려온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을 묘사한 예술 작품을 망라하는 예술 주제이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는 그의 일생 가운데 세 개의 피에 타상을 조각하였는데 시국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Papale di San Pietro in Vaticano)에 자리한 《산 피에트로의 피에타》 그리고 말년에 자신의 묘를 장식하기 위하여 제작하였으나 미완성으로 남은 《피렌체의 피에타》와 《론다니니의 피에타》이다. 그중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은 프랑스 추기경 장 드 빌레르(Jean de Bilhères)의 장례 미사 기념비로 주문을 받아 제작된 《산 피에트로의 피에타》(그림 1, 이하 피에타)이다. 



이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24살에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평생의 조각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조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많은 피에타 작품 중에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독보적인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굽이치는 마리아의 옷자락 위로 누운 예수의 몸의 핏줄과 근육, 머리카락까지 매우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특히 마리아가 오른손으로 받치고 있는 예수의 팔을 자세히 보면 살결의 질감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정말로 이 작품은 미증유의 구도와 조형미, 생동감 넘치는 세부 묘사 또한 예수의 죽음과 마리아의 비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보여 주는 최고의 걸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부자연스러운 특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예수의 죽음의 비극 가운데 미켈란젤로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로 작품 속 두 인물 간의 비례가 맞지 않다. 33살의 성인 남성인 예수보다 그의 시신을 안은 어머니 마리아가 훨씬 거대하게 조각되었다. 비록 마리아의 몸은 대부분 의복에 가려져 있지만 몸의 부피감, 키, 손, 어깨 등이 예수보다 더 큰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2 참조). 이는 미켈란젤로가 의도적으로 마리아의 신체와 옷을 더 크게 조각하여 안정적인 각추형의 구도와 함께 예수를 감싸는 형태로 표현하였음을 보여 준다. 


두 번째는 각추형의 구도의 정점에 위치한 마리아의 얼굴에 대한 논쟁이다(그림 3). 미켈란젤로는 예수의 죽음을 마주하는 마리아의 얼굴을 이전의 다른 피에타들처럼 비통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표현하지 않고, 일차적인 감정에서 벗어난 차분하고 관조적인 얼굴로 묘사하였다. 이러한 초월적 이미지는 그녀의 신성성과 순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켈란젤로는 마리아의 얼굴을 오히려 예수보다도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당대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을 일으켰다. 그의 제자 아스카니오 콘디비(Ascanio Condivi, 1525~1574)는 사람들의 비평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설명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정숙한 여자는 자신의 젊은 외모를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그러니 조금도 음란한 욕망의 때가 묻지 않은 동정녀라면 어떻겠느냐?” 그러므로 미켈란젤로가 표현한 마리아의 얼굴은 그녀의 정숙함과 순결함과 함께 아들을 잃은 단순한 괴로움의 감정을 넘어선 거룩한 비탄의 차원을 묘사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피에타의 세 번째 특이점은 관람자의 시선에 있다. 피에타는 추기경 장 드 빌레르의 장례 미사 기념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눈높이보다 높은 곳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마리아의 무릎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예수의 얼굴은 관람객들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는 대신 예수를 내려다보는 마리아의 얼굴이 부각되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의 순간을 바라보는 마리아의 시선을 통해 그녀의 신성함과 비통함이 관람자들에게 쏟아지는 구도이다. 



두 번째 시선: 아버지 하나님의 시선

십자가의 한편에 마리아의 시선이 존재했다면 독생자의 죽음을 바라보는 아버지 하나님의 시선은 어떠했을까?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확언한다. 성경 복음의 요약이자 정수라 불리는 요한복음 3장 16절은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이는 “아버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주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토록 하나이신 하나님 아버지가 독생자 예수의 죽음을 바라보는 비통함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우리는 피에타에서 하나님의 시선이 아닌 마리아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의 슬픔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피에타를 가장 올바르게 바라보는 시점은 무엇일까? 피에타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마리아의 시선이 아닌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독생자를 바라보시는 시선으로 다시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그림 4). 마리아보다는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놀라운 희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피에타의 진정한 감상이 아닐까! 



​허상민 ​신약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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