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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새꽃돌 탐사관에서 만난 맥홀츠 혜성 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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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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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나눈 새해 인사...경이로운 창조 섭리에 감탄 연발
광활한 우주를 품고 날아가는 맥홀츠 혜성을 한 참가자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진기자 김범태
새해의 시작과 함께 모두가 희망으로 부풀어 있던 지난 8일 밤. 작년 여름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도널드 맥홀츠 씨에 의해 발견된 ‘맥홀츠 혜성(학명 C/2004 Q2)’을 만나기 위해 별새꽃돌 자연탐사과학관(대표 손경상, 관장 이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 며칠 전부터 밤하늘에 모습을 선보이기 시작한 ‘우주의 방랑자’ 맥홀츠 혜성이 이날 밤 지구로부터 5100만㎞ 떨어진 지점을 지나며 관측 적기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하나님의 사랑이 어떻게 천연계 속에서 우리와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을유년 새해 밤하늘을 수놓으며 광활한 우주를 품고 날아가는 맥홀츠 혜성을 별새꽃돌 자연탐사과학관 강사들의 도움으로 카메라에 담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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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30분. 별새꽃돌 자연탐사관을 소개하는 영상물과 천체에 관한 간단한 이론교육 등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함께한 모든 이들이 진지하고 재미있게 천연계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슴푸레 어둠이 내려앉던 저녁 무렵부터 눈발이 흩날리고 구름이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혜성은커녕 별도 보지 못하고 하산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교육시간 내내 일행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날 우리가 만나게 될 맥홀츠 혜성은 지구를 찾는 주기가 수만 혹은 수십만년인 비주기 혜성이기 때문에 이번 만남이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가슴은 더욱 조바심으로 콩닥거렸다.

특히 이날은 달빛이 없는 그믐이어서 천체 관측에 최적의 조건을 이루고, 혜성이 가장 아름다운 성단 근처를 지나가며 화려한 우주쇼를 연출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진 뒤였기 때문에 설렘은 더 컸다.

곧 겨울철 별자리 이동경로를 야광스티커로 만들며 별이 지나는 길목을 알아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 사이 구름이 걷히고 별을 볼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순, 모두의 표정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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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15분. 이윽고 관측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디어 새해 첫 혜성 ‘맥홀츠’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가슴 졸이며 이뤄진 혜성과의 첫 만남은 약간의 실망이었다. 늘상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긴 꼬리를 달고 우아한 자태로 찬란하게 우주공간을 가르며 날아가는 멋진 혜성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7공주별’로 불리는 플레이아데스 성단 우측으로 1-2센티미터 가량 옆으로 뻗어 있는 맥홀츠 혜성은 단지 뿌연 먼지 같은 모습이었다. 만일 관계자들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그것이 별인지, 혜성인지 조차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우리가 교과서나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혜성의 전형적 사진은 장시간의 노출을 통해 가능한 모습이라는 것이 강사들의 설명이었다. 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혜성의 꼬리는 일종의 가스층으로, 맥홀츠는 이같은 긴 꼬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이어 쌍안경으로 맥홀츠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머리 위로 뻗어있는 황소자리의 별무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먼저 찾고, 그 옆의 맥홀츠 혜성으로 시야를 돌렸다. 교과서적 상상처럼 기대만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육안으로보다는 훨씬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CN212 반사굴절망원경으로 맥홀츠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기로 했다. 과연 경이롭고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이전보다 훨씬 또렷한 모습에 추위도 어느덧 달아났다. ‘우주의 보석’같은 맥홀츠를 시기라도 하듯 간간이 구름이 시야를 방해하긴 했지만, 혜성의 영롱함을 빼앗아 갈 수는 없었다. 관찰하는 일행 모두가 그의 아름다움에 흠뻑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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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맥홀츠를 직접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장시간의 노출이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가 혜성을 계속 따라 잡도록 하기 위한 균형과 수평을 잡는 일련의 꽤 까다롭고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 카메라 장비 세팅이 끝났다.

특히 별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촬영 전 반드시 해야 하는 극축을 맞추는 작업은 생각보다 고단한 정밀함과 인내를 요구했다. 언 손 녹여가며 장비를 세팅하는 천문대 직원들의 손길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좋은 작품을 찍기 위해 다양한 시간에서 적정의 노출을 시도하며, 몇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밤 11시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4-5분간의 노출을 반복하며 촬영이 계속됐다. 곧 모니터에 맥홀츠가 푸른 섬광을 띠고 모습을 드러냈다. 혜성 특유의 긴 꼬리와 핵, 그리고 코어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육안이나 쌍안경으로 보았을 땐 흩뿌린 모래알갱이 같은 먼지처럼 보이던 혜성은 그새 아름다운 단장을 마치고 우주를 고고하게 여행하고 있었다.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훨씬 신비스러웠다. 어느덧 입가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올 들어 가장 추운날 밤이라는 기상예보에 따라 두툼한 내의와 파커를 끼어 입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뼈 속까지 파고드는 동장군의 기승은 쉽게 막을 수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이날을 기점으로 지구와 이별하면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볼 수 없을 맥홀츠 혜성을 영상으로 손수 남기기 위한 대원들의 열정은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매서운 한파를 무색케 했다.

박성우 부천문대장과 김태연 강사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파인더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고 매력”이라며 천체사진 촬영의 예찬론을 펼쳤다. 이들은 “성운 등 우주의 모습은 평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촬영 후에는 그 색감이 신비하고 경이롭게 나타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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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경. 혜성은 지구의 자전에 따라 인근의 산언덕을 넘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사이 약 두 시간 동안 일행은 추위와 싸우며 약 30컷 가량의 사진을 촬영했다.

어쩌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맥홀츠 혜성과의 만남은 그렇게 짧은 몇 시간동안의 데이트만을 허락한 채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만난 창조의 섭리는 놀랍고, 경이로웠다.

아름다운 겨울의 별자리 속에서 새벽안개 같이 신비로운 성운과 성단을 만나고, 대자연의 숨결을 좀더 가까이에서 체험한 이번 촬영은 일행 모두에게 ‘자연은 우리의 친구요, 동반자’라는 깨달음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맥홀츠 혜성은 지난 12일까지 밤하늘을 수놓다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맥홀츠를 재림의 그날 하늘나라로 가는 여행 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 별새꽃돌 자연탐사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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