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에 복음 싣는 무대 위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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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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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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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의 ‘골든 엔젤스’ 동행취재기
북아태지회의 개척선교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결성된 골든 엔젤스 음악선교단. 10월이 시작되는 첫 날, 재림마을 뉴스센터 김범태 기자가 그들과 하루를 같이했다.
오전 6시30분 누군가의 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피곤에 지친 단원들의 눈가에는 아직도 단잠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이내 하나둘씩 이불을 박차고 일어섰다. 골든 엔젤스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오전 9시 아침예배와 식사를 마치고 교회로 향할 채비를 갖춘다. 많은 인원이 한정된 공간에서 세면과 식사 등을 해결하려니 아침은 항상 분주하다. 이날 사용할 악기와 음향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장비를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것도 물론 이 시간이다.
오전 10시 교회에 도착했다. 이날은 PMM 1기 선교사 이진환 목사 부부가 봉사하고 있는 가와사키교회의 전도회 닷새 째날. 골든 엔젤스는 그 사이 이미 네 번의 공연을 진행하며, 전도회를 지원했다. 단에 오르기 전 각자 음정과 화음을 맞춰보며 호흡을 가다듬던 단원들이 한 켠에 모이기 시작했다. 기도하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30분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원근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계층의 교인과 구도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이내 그들의 찬양이 회중을 잔잔히 감싸기 시작했다. 힘이 넘치는 이들의 찬양에,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하던 구도자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오전 10시50분 말씀이 선포됐다. 강사 권정행 목사의 설교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기별에 귀 기울이며, 영원한 복음을 가슴에 새겼다. 노트에 설교내용을 꼼꼼히 적어가며 경청하는 단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오후 1시 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다음 일정을 위한 채비를 갖춘다. 이날 오후에는 가와사키 시내의 한 실버타운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 시설에 거주하는 구도자 다카하시 할머니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날 공연에서 골든 엔젤스는 예수님의 사랑과 영생의 복음을 멜로디에 실어 선사하게 된다.
오후 2시 공연이 시작됐다. 일본 동요, 피아노 독주, 독창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며진 이들의 무대에 처음에는 다소 경직되어 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얼굴에서 점차 웃음꽃이 피어났다.
오후 3시30분 90분간의 공연이 마쳐지자 200여명의 노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어떤 할머니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며 한동안 이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후 4시 노인들의 따뜻한 환송과 함께 근처 전철역으로 이동했다. 약 2시간 거리의 동경한인교회 저녁예배 순서를 위해서 였다. 무겁고 예민한 장비는 두고 가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양질의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서 그 정도 고생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에 직접 이동하기로 했다.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여과없이 표출되는 순간이었다.
오후 5시 낯선 길을 물어물어 어렵사리 동경으로 향했다. 때마침 퇴근시간과 맞물려 밀려드는 인파를 뚫고 그 속에서 상당한 무게와 부피의 장비를 서로 나누어 들고, 지고, 밀면서 전철을 갈아타고 가는 길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한인교우들에게 즐거움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단원들의 얼굴은 곧 밝아졌다. 비록 몸은 고되고 발길은 무거워도 그들의 표정은 차창 밖으로 스치는 석양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오후 6시 동경한인교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16년째 봉사하고 있는 성선제 목사 부부가 반갑게 이들을 맞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장비를 풀어 세팅하고, 화음을 맞추며 순서를 준비했다. 이미 등줄기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자신들을 알아보고 인사를 청하는 성도들의 미소에 피곤은 싹 가신다.
오후 7시30분 예배가 시작됐다. 지난봄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이날 공연은 이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골든 엔젤스 결성 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섰던 해외선교여행의 시발점이 바로 이곳이었고, 해산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은 성도들에게 곧 평안과 축복의 선물이 되었다.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낙담과 실의에 빠져있는 영혼들에게 이들의 화음은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며, 때론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영혼들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또 피곤하고 지친 영혼들에게는 쉼이 되어 주었다.
밤 10시 더위의 끝자락에서 무거운 장비를 들고 동경으로 향하던 단원들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가와사키교회의 이진환 목사 부부가 늦은 시각, 교회를 찾았다. 하지만 고물 자동차가 고장 나면서 예기치 않은 말썽을 피웠다.
차를 고치기 위해 한 시간여를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의논 끝에 장비는 성선제 목사 편에 맡기고, 철수하기로 했다. 인근 니시-니뽀리 전철역에서 가와사키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단원들의 눈가에 피곤과 졸음이 몰려왔다.
새벽 1시30분 전철과 마지막 심야버스를 갈아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지치고 고된 긴 하루였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듯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며 애써 웃어보였다. 그날 밤 이들의 숙소엔 새벽 3시가 가까워져서야 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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