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초청장인가, 재앙의 서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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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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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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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야누스’ 게놈 지도 완성
2000년대를 맞으며 세계는 새로운 세기에 도래할 몇 가지 특성들을 나열하며 “21세기는 우주개척과 물리학의 세기를 넘어 생명과학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생명의 신비가 밝혀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21세기의 첫 커튼을 열던 지난 2000년 6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인간의 유전자 지도 초안이 완성되었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의 모든 유전정보를 알아내고자 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1991년 시작되어 2005년에 완성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어 왔으나 자동염기서열 분석기의 개발, 연이은 생명과학기술의 발달,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의 비약적 발전이 맞물리면서 예정보다 2년이나 빨리 완성되었다. 이는 사람이 이루어지게 되는 생명의 ‘암호’가 해독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인류는 많은 업적을 이루며 삶의 질을 개선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항상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 면으로 나뉘어 귀결되어 왔다. 특히 이번 연구에 대해 큰 의의와 더불어 우려감이 높아지는 것은 그 대상이 바로 사람이요, 생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이번 연구결과 역시 그 가운데 사단의 교묘한 활동이 숨어있지 않다고 어느 누가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 질병 해방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또하나의 바벨탑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 게놈지도 완성은 과연 의료혁명의 막을 올리는 ‘축복의 초청장’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모를 부작용을 부르는 ‘재앙의 서곡’이 될 것인가. 게놈 지도 완성을 둘러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들여다본다.
*긍정 측면*
“생명의 신비 모두 풀 수 있을 것”
게놈 지도 완성 바라보는 ‘장미빛 청사진’
세계가 인간 게놈(유전자군) 발표에 주목하는 이유는 염기서열이 판독됨으로써 인체와 생명에 관한 많은 신비가 밝혀지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즉, 유전정보를 알게 됨으로써 사람의 신체적 특징이나 생리적, 병적 경향 및 성격이나 행동까지도 예측할 수 있으리란 것.
게놈 혁명을 반기는 사람들은 인류에 기여할 많은 생산적 가치를 언급한다. 무엇보다 인간 게놈의 염기배열을 모두 파악하면 인체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인류를 위협하던 주요 질병들의 대부분을 예방, 관리할 수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다.
또 인간의 ‘영원한 숙제’인 노화의 신비를 풀 수 있으리란 예상과 함께 벌써부터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은 우선 암과 심장병 등 유전자 관련 질병에 대한 치료법과 진단기술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환자 고유의 유전자 정보가 입력된 스마트카드를 읽은 뒤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법과 약을 적용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이른바 ‘맞춤형 의약품 시대’의 개막. 영화에서처럼 개인들은 자신의 유전 정보를 담은 극소형 DNA칩을 의사에게 제시하고, 그에 맞는 의약품을 제공받게 된다.
아울러 난치병이었던 암과 심장병은 물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비만, 천식,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이들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의 정체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이번에 20번 염색체의 염기 서열을 해독함으로써 제2형 당뇨병(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쓰지 못해서 생기는 당뇨병)과 백혈병, 아동성 습진 등의 치료 길이 열리게 됐다.
유전자치료는 또다른 형태의 경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노인성치매인 알츠하이머 예방법을 발견한다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절감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유전자의 완전 해독은 이처럼 제약과 생명공학산업 뿐만 아니라, 공공분야에도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생명공학이 향후 10년간 제약산업을 완전히 주도할 것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부정 측면*
“법률적, 도덕적 딜레마 야기할 것”
게놈 지도 완성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인간 유전자의 암호를 담은 게놈 지도의 완성은 의학적 생명현상의 기적과 함께 수많은 법률적, 도덕적 딜레마를 야기할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자 매트 리들리는 그의 저서 ‘게놈, 23개 장으로 이루진 종의 자서전’에서 “우리는 인간 유전자라는 완벽한 미스터리를 뚫고 들어갈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지금 우리는 중대한 해답을 찾아내려는 순간에 서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대한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우려했다.
선한 동기를 악영향으로 바꾼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개발의 영향과 부작용처럼 인간의 수명을 늘려주고 질병의 고통을 감소해줄 게놈 연구가 생명의 창조자 하나님의 창조정신에 도전하는 바벨탑이 될지는 현 단계에서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유전자 정보 규명이 야기할 많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도덕적, 윤리적 시스템이 앞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 테스트를 통해 다운증후군과 같은 유전적 결합을 알게된 부모들은 재빨리 태아를 유산시킬 수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또 돈에 유혹된 과학자들이 재력있는 부모들로부터 유전자 선별을 통해 ‘주문형 아기’를 낳도록 해주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인 유전자 정보의 프라이버시도 큰 논란거리다. 암이나 심장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에 걸린 사람들은 병력이 노출될 경우 취업이나 보험가입, 가계 대출 등을 거부당할 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이 게놈에 관한 특허를 보유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기업주와 생명보험사, 금융기관 등이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접근해야 하는지, 생명의 본질인 유전자를 과연 어느 정도까지 조작해도 괜찮을지 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로는 단지 생명의 물질적인 토대만이 드러났을 뿐 그것에 담겨져 있는 기능과 의미 및 상호 관계에 의한 2차적 결과를 밝히려면 아직 요원하다. 그 영역은 하나님만이 완전히 아시고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 사람마다 유전자 지도가 밝혀져 한 개인을 파악하는 근거를 유전자 구성에 두었을 때 인간이 물질적인 구조로써 이해되고 물질을 통해 인간의 형질을 변화, 조작하려는 시도가 우려될 뿐 아니라, 결혼과 같은 인간관계의 형성과 자손의 출생에 대한 판단에도 크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다.
더나아가 게놈의 정체가 참된 절제와 극기 또는 하나님의 신뢰로부터 오는 치유와 감사의 정신은 물론 종교의 불필요성을 유발시키는 작은 도구가 될는지도 모른다. 사단은 인류에게 결국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기 위해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도움말 = 삼육대학교 생명과학과 김현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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