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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덕헌 목사 이장예배를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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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0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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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위생병원 서광수 목사 ... "후배들에 중요한 의미"
연합회 전정권 총무부장의 인도로 열린 이장예배에 참가한 원로목사들은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하며 부활의 그날, 다시 만나기를 기도했다. 사진기자 한국연합회
고 하덕헌 목사님은 1920년 6월 20일에 출생하셔서 1968년 4월 20일에 별세하셨으니 50세에 2년이 모자라는 48세에도 꼭 2개월이 모자라게 짧은 생애를 사셨지만 그 두 배를 사신 분 보다 더 힘든 생애를 하셨습니다.

제가 부산위생병원에 부임해 와서 첫 번째 추석이 가까워 오는데 몇 사람들이 하 목사님 산소에 벌초하러간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간단한 기억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그 어른이 돌아가신 해 저는 영남삼육중고등학교에 근무할 때였는데 ‘북에 사모님과 자녀들을 두신 분으로 재혼을 권유해도 거절하시고 혼자 외롭게 사시다가 돌아가신 훌륭한 분’이셨다는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추석이 가까워오자, 오랫동안 벌초해오던 정춘환 장로님이 “저희들이 계속 벌초를 해 왔습니다만 앞으로 저희들 세대가 지나가면 하 목사님 묘지를 돌 볼 사람이 없어 폐묘가 될 것 같습니다"라는 안타까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최근 연합회와 삼육대학교에서 신앙의 뿌리를 찾는 일의 일환으로 적목리 옛터를 되찾아 가꾸는 일, 최태현 목사님의 순교를 재조명하는 일 등 오늘날 우리들을 있게 하신 신앙의 선조들을 존경하는 정신을 고취시키는 이때 하 목사님의 묘지가 폐묘가 되게 버려두는 것은 후진들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재림성도들이 잠들어 재림을 기다리는 곳으로 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연합회 임원들과 의논하여 행정위원회에 제안하게 되었고 전 행정위원의 찬성으로 이 일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연합회가 묘지를 제공하고 부산위생병원이 묘지를 개장하여 포천까지 유해를 모시는 일을 하고 그 다음 일들은 삼육대학교, 삼육대학 동문회, 한국삼육고가 맡아 하도록 의논이 되었습니다.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 어려운데다가, 또 후배들에게 교육적인 의미가 담긴 중요한 행사인지라 신중하게 의논하며 최선을 다 했는데 결과적으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묘를 파는 일로부터 하관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대단히 순조로웠으며 매 순간 일을 하는 저희들이 큰 감화를 받았습니다.

10월 10일 오후 2시 “지금부터 고 하덕헌 목사님의 시신을, 많은 재림성도들이 잠들어있는 포천재림공원묘원으로 이장하기 위해 묘소를 개장하도록 하겠습니다.”는 개장 및 발인예배 집례목사(서광수)의 선언에 이어 강선구 목사의 기도가 있은 후 삽을 들었습니다. 파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매장한지 34년이 지난 묘인지라 유해를 제대로 찾아 옮길 수 있을까? 그런데 마치 이장할 것을 예상하고 매장한 듯 비닐로 감싸두었는데 비닐은 썩지 않아 뼈가 흐트러지지 않게 들어내어 깨끗하게 많이 남아 있는 유해를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상중하로 구별하여 한지로 고이 싸서 하얀 함에 담아 흰 보자기로 싸고, 파고 난 묘지에는 원래 있던 비석을 묻었습니다. 유골함을 중앙에 모시고 발인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부산위생병원 장례예식장에 14일간 안치했다가 예정된 10월 23일 새벽 5시에 부산을 출발하여 12시에 포천 재림공원묘지에 도착하였고, 좋은 곳에 정중하게 모시라는 은퇴목사님들의 부탁을 받고 묘지 관리장로님이 양지바른데 준비해둔 묘소에 하관 하였습니다.

이장하관예배는 연합회 총무부장 전정권 목사님의 인도로 시작하였는데, 김재신 목사님은 조사를 통해 하 목사님의 생애에 있었던 한 기적을 소개하여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으로 징집되어 참전했다가 연합군에게 포로로 잡혀 경남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던 어느 날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어떤 낯선 사람이 다가와 “오늘 밤 막사에서 잠을 자지 말고 야외에서 밤을 새우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 날 밤 막사 부근 한적한 곳에서 떨며 철야를 했는데 아침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막사에 가봤더니 20여명의 포로들이 다 가슴에 칼을 맞고 죽어있었으며 자기 침대에도 침구에 칼로 찌른 자국이 세 곳이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종이 되기로 결심하고 신학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하관예배 집례를 맡은 유형환 목사님은 말씀을 통해, 하 목사님과는 부산위생병원 원목 전후임 관계라고 했습니다. 유 목사님이 연합회로 가시고 하 목사님이 그 후임으로 오셨기 때문에 남쪽으로 출장을 가는 때는 자주 병원에 가서 혼자 사는 하 목사님과 만나 밤늦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지는 외롭다는 말씀이었다는 것입니다. 재혼 권유에는 언제나 고개를 저으며 “나를 기다리는 아내와 3남매가 있는데 내 어찌 재혼할 수 있겠느냐.”고 하셨답니다.

그렇게 외롭게 생활하시는 분에게 포로수용소 시절 고생 중에 생긴 양쪽 무릎관절염의 고통은 심신의 괴로움을 더해주었던 것입니다. 관절염 치료를 위해 가끔 온천욕을 하는데, 하루는 해운대 온천에 갔다가 한 장로님 댁에서 쉬시는 중 안타깝게도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여러 달을 고생하시다가 별세하신 것이었습니다.

15살에 침례를 받고 18살에 결혼하고 부인과 아들딸을 북녘 땅에 두고 30살에 6.25 동란이 터져 인민군에 끌려가면서 가족과 생이별한 후 18년을 더 사셨습니다. 연합군에게 포로가 되어 석방될 때까지의 3년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가 사역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재혼 권유를 뿌리치고 오로지 하나님과 북에 두고 온 부인과 자녀들만 생각하며 홀로 괴로움을 이기셨습니다.

하성조, 하정조, 하경자 세 자녀는 나이가 이제 60세 전후이니 아마도 지금 북녘 땅에 생존해 있지 않겠습니까? 하 목사님께서 생존하셨더라면 지금쯤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우리가 더 원하는 것은 신앙을 하기 힘드는 북한이지만 목사가 되신 아버님의 신앙을 이어받아 세 자녀분들과, 사모님이 꼭 예수 재림하시는 그 날 재림공원묘원에서 무덤을 깨고 일어나시는 아버님과 가족 상봉이 이루어져 이산의 슬픔이 없이 영원히 함께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경기록에서 이장역사의 효시는 요셉입니다. 요셉은 이장을 유언에 남겼으며 모세는 그 유언에 순종하여 조상의 유해를 광야 40년 동안 정중하게 모셨다가 세겜에 이장하였습니다. 급히 출애굽 해야하는 다급한 상황 중에도 별세한지 140년이 넘은 조상의 유해를 챙긴 후손도 그러하지만 존경받을 조상이 되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고 하덕헌 목사님의 이장을 위해 애쓰신 여러분들께, 제가 할 인사는 아니지만 이 글을 부탁 받고 또 부산위생병원에서 시작한 일이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연합회장님 이하 행정위원들, 이장준비위원장인 김종문 목사님과 위원들, 개장과 발인예배에 참석하여 수고해 주신 정용수 영남합회장과 정정용 목사님이하 부산지역 목사님들, 34년 간 벌초하고 또 이장을 위해 협력해 주신 부산위생병원교회(담임목사 남시창) 성도님들, 하관예배를 맡아 많이 참석해 주신 성우회 목사님들, 이장을 위해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삼육대학교, 한국삼육고등학교, 삼육대학교 총동문회 임원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주의 죽은 자들은 살아나고 우리의 시체들은 일어나리이다 티끌에 거하는 자들아 너희는 깨어 노래하라 주의 이슬은 빛난 이슬이니 땅이 죽은 자를 내어놓으리로다“ [사 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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