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와 함께 쓰는 新 몽골리안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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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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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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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칸의 땅에 복음을!!” (5회)
아침부터 야영장이 갑자기 부산스러워 졌다. 정들었던 4박5일간의 야영회를 마치고 이젠 각자의 집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곳에서 헤어지면 언제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몽골의 친구들이 일찍부터 호산나의 숙소를 찾았다. 여기저기서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며 서로 인사했다. 호산나와 친구들은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찍으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몇몇 친구들은 짧은 기간에도 호산나와 나누었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몽골의 친구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이젠 인사를 나누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출발 기도가 끝나자 버스는 기다렸다는 듯 시동을 켰다.
“바에르시떼...” “하늘에서 다시 만나요”
이곳저곳에서 인사가 이어졌다. 기약없이 떠나는 버스 뒤로 친구들은 자신의 시야에서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호산나도 진한 아쉬움과 추억을 뒤로한 채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안녕을 고했다. 어느덧 대원들의 눈가에도 잔잔한 이슬이 맺혔다.
버스는 이윽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가로질러 다항에 이르렀다. 야영장으로 향했던 밤길과는 달리 한낮에 보는 초원의 풍경은 일행을 한결 여유롭게 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와 게르의 목가적 풍경은 한결 운치를 더했다.
버스는 울란바타르로 향하는 도중 다항교회에 들렀다. 다항교회는 사정 때문에 한 예배당을 토요일에는 재림교회에서, 일요일에는 일반 개신교회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작지만 아담하고 깨끗한 교회는 일행을 푸근하게 했다.
곧 다항 외곽의 한 집회소에 들렀다. 야영회 기간 중 호산나 대원들의 인기를 독차지 할 정도로 많은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제공한 ‘둑소’가 내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출발 시간은 점점 가까워 왔지만 둑소는 선뜻 떠날 줄을 몰랐다. 이별의 아픔을 가슴에 새겨야 했던 둑소의 눈길은 테너 병하에게서 특히 오랫동안 머물렀다. 야영회 내내 유난히 병하를 따랐던 둑소였다. 뜨거운 눈물을 닦으며 “안녕”을 외치는 둑소의 마음이 모든 몽골 친구들의 마음이리라 생각하며 버스는 다시 울란바타르로 방향을 돌렸다.
다항에서 울란바타르까지의 예상 소요시간은 세 시간 남짓.
그러나 ‘문제의’ 버스가 약속을 지켜줄리 만무했다. 마치 우리네 부모님들의 옛이야기에서나 들어봤음직한 고물버스는 언덕만 나오면 가다서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끝내 여섯 시간이 넘어서야 일행을 울란바타르에 내려놓았다. 이미 야영장에서 많은 긴장과 피곤으로 지쳐있던 호산나에게 덥고 좁은 버스여행은 참기 힘든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울란바타르에 도착한 일행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겨를이 없었다. 바로 이튿날이 이번 일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울란바타르에서의 공연이 예정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피곤이 역력한 대원들의 표정 사이로 다시 긴장이 흘렀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울란바타르에서의 공연일이 다가왔다.
일찍이 숙소를 찾은 몽골 단원들은 호산나 대원들을 위해 일행의 단복을 다려 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누구도 선뜻 생각하지 못했던 극진한 대접과 고마움에 대원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하루가 기분좋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곧 센트럴 교회에서의 연습이 시작되었다. 몽골 야영회에서의 크고작은 실수를 만회하고, 좀더 완벽한 화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예정된 시간도 짧았다. 이번 콘서트는 재림교인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무대였기에 더더욱 신경이 많이 쓰였다.
더구나 샤머니즘과 라마교의 성행으로 기반이 약한 기독교 가운데서도 교세도 약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몽골 재림교회의 입장에서는 이번 콘서트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이런 무대가 처음이라서 혹 실수나 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도 숨김없는 사실이었다. 혹여나 관객동원에라도 실패한다면 이들이 겪게될 마음고생은 아마저만이 아닐 것이 뻔했다.
이런저런 생각 때문인지 호산나 대원들의 표정에도 긴장이 스민다. 마이크 라인을 설치하고, 스피커를 연결하고, 장비를 나르는 작업 하나하나에 신중을 더했다. 같은 시간, 한쪽에서는 몽골 친구들이 한국어 찬미를 연습하느라 부산스런 모습이다. 아무래도 입에 익지 않은 발음들이 신경쓰이는 듯 했다. 현선과 도성도 마지막 바이올린을 맞춰 보느라 쉴 틈이 없었다.
최종 리허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음, 한 음 기도하는 심정으로 음률을 가슴에서 풀어냈다. 순간, 이 공연을 위해 그동안 쏟았던 정성과 땀방울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났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도 있었고, 그렇게 많이 연습했건만 한순간에 까맣게 잊어버려 보는 이들을 애태운 시간도 있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지만 서로가 복음 안에서 한 형제, 자매되었음을 느끼며 감사한 순간도 많았다.
그들과 이제 1시간30분 동안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되어야 할 시간이다. 이들의 입술을 타고 흐르는 멜로디를 통해 하나님을 모르는 몽골의 청년과 백성들이 하나님을 찾고, 복음을 저들의 가슴에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었다. 그들의 찬미는 기도가 되고, 그들의 노래는 말씀이 되어야 했다. 주님을 선포하는 그 무엇보다 강한 메시지가 되어야 했다.
콘서트가 열리는 공연장은 해외 유명 인사들도 즐겨 찾는다는 800여석 규모의 현지에서는 수준급의 공연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어느덧 객석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인근 지역교회에서 찾은 이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이 처음 대하는 얼굴들이다. 재림신자가 아닌 사람도 많았다.
호산나와 몽골 청년들의 눈빛에 사뭇 긴장이 밀려왔다.
드디어 막이 올랐다.<다음호 계속>
*사진제공 = 가디너스 김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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