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총회장이 한국에서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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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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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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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위해 노력했더라면 ... 현안 간파에 실패
대총회장의 이번 방한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 가운데 가장 큰 점은 역시 우리가 세계 205개국에 복음을 전하는 세계 재림교회의 한 가족이고, 2,000만 재림교인 가운데 한 구성원이라는 자긍심과 일체감의 확인일 것이다. 대총회장 역시 입국 당시부터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그가 취임 이후 줄곧 목소리를 높여온 국제성과 다양성, 그리고 교회의 연합에 부응하는 ‘세계 속의 재림교회’를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다.
대총회장의 방한이 남긴 또하나의 의의는 그동안 세계교회 지도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재림교회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알렸다는 점이다. 그의 언론담당 보좌관인 베티나 양은 “한국교회의 역동적 모습을 세계가 확인하게 되었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함께 동행한 존슨 애드벤티스트 리뷰 편집장도 “한국의 이러한 활동적인 선교현황을 알지 못했다”며 부랴부랴 한국특집판을 기획하기도 했다.
또한 ‘목회자 개척선교운동’을 통해 세계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저력과 관심을 하나로 모은 것도 성과다. 대총회장이 이번 방한 기간 중 가장 의미있었던 일로 ‘목회자 개척선교운동 파송식’을 꼽았을 정도로 이는 한국의 선교열을 하나로 응집하는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는 몇 가지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대총회장은 방한 기간 동안 한국교회와 북아태지회가 갖고 있는 선교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함께 고민하는 데는 크게 신경쓰지 못한 듯 하다.
물론 짧은 기간과 빡빡한 일정으로 각 국의 전후사정을 이해하고, 선교적 과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또한 북아태지회 연례행정위원회를 통해 각 국의 선교현황을 보고받고, 각 연합회가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선교사업과 비전 등 관련계획들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국가와 연합회가 안고 있는 전반적 문제점이나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 등을 심층적으로 점검하지는 못했다. 그저 연합회들은 자신들의 사업계획들을 소개할 뿐이었고, 대총회장은 “계획이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조언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대총회장의 이런 모습은 지난 11일(월) 한국 재림교회 주요 기관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총회장은 이날 오전부터 한국연합회와 시조사, 서울위생병원, 치과병원, 외국어학원, 삼육대학교 등 서울 시내 주요 기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는 각 기관에서 준비한 보고자료 제시와 약간의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총회장의 발언은 모두가 칭찬과 격려 일색이었다. 간간히 놀라움도 곁들여졌다. 정작 해당 기관이 안고 있는 문제와 어려움은 무엇인지, 한국교회와 기관이 어떠한 부분에서 고민하고, 어떠한 내부적 아픔과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에 얼마만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단지 숫자와 그래프에 도식화된 현황보고만이 그의 동공을 자극할 뿐이었다. 그저 ‘수박 겉핥기’ 식의 보고만 받고 다닌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때문에 각기 다른 환경과 선교여건에 놓인 국가와 지역, 기관들에서 보다 효과적인 선교방책들을 함께 연구하고, 진지하게 검토하는 시간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교회와 기관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듣기 힘들었음은 물론이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그는 취임 이후 자신이 전략 가치관으로 밝히고 있는 ‘연합과 성장 그리고 삶의 질적인 향상’이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서 어떻게 발현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과 확인조차 실패한 셈이다.
만약 대총회장이 이런 식으로 세계 각 곳을 순방한다면 그는 세계 재림교회 지도자로서 각 지역의 교회와 성도들이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교회는 곧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가 한국교회의 어려움과 산적한 현안들에 대해 청취하고,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며, 주어진 문제들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그리고 유사한 문제들에 대해 세계 교회는 어떻게 해결했고, 역사는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갔었는지를 함께 고민했다면 이는 백마디 칭찬보다 더욱 값진 결실이었을 것이고, 해당 책임자들에게는 더 큰 용기와 힘이 되었을 것이다.
대총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세계 재림교회가 풀어야 할 현안과 과제에 대해 묻는 질문에 “중대한 현안이나 문제들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자원의 공급과 통일성의 유지가 문제”라는 포괄적 답변을 이어가긴 했지만 과연 재림교회가 세계적으로 이러한 문제들만 안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없이 않았다.
특히, 대총회장의 이런 발언은 현재 세계 재림교회에서 매일 기도와 성경연구를 규칙적으로 하는 재림신자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하는 신자의 비율도 40%에 이르지 못하며, 지역사회의 필요에 봉사의 손길을 더하는 신자 역시 1/3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보고가 전해진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답변이어서 성도들의 영적 생활이 피폐해져 가고 있음에 대해 그가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했다.
물론 그 자세한 내용과 내막까지 속속들이 밝힌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신앙공동체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드러내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도하며 풀어가야 할 가족이다. 교회의 문제와 해결과제는 어느 특수계층만의 문제일 수 없으며, 특정 계층만의 노력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대총회장의 이러한 순방 모습이 한국에서만 이었는지, 세계 각 지역에서도 이런 식인지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 덩어리의 한 켠에 앉아 있는 기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총회장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그의 존재의 당위성과 그의 방문 목적을 다시한번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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