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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술람미 서른 번째 창작뮤지컬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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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6.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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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나야 할 얼굴”... 민요가락 등 한국적 정서 조화 이뤄
술람미의 창작뮤지컬 ‘대면’은 테오도라 왕저린(한국명 왕대아) 선교사의 삶과 희생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뮤지컬컴퍼니 술람미(단장 남상숙)의 서른 번째 작품 <대면>(Face to Face)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5월 25일부터 6월 8일까지 7회에 걸쳐 관객을 ‘만난’ 이번 작품은 그 어느 해보다 깊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30년간 쌓아 온 술람미의 땀과 노력이 ‘한국선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재림교회와 성도에게 완숙한 열매로 전해짐과 동시에, 새로운 씨앗으로 파종됐다. 


뱃머리에 한 여인이 서 있다. 주인공 테오도라는 못다한 선교사역을 마치기 위해 조선으로 향하는 배에 다시 올랐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딸을 묻은 곳, 남편과 언니까지 잃는 아픔을 겪은 곳이다. 


잠시 후 테오도라 옆으로 다가가는 젊은 여성은 이제 막 조선을 향해 선교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중이다. 테오도라는 그에게 자신이 조선 땅에서 복음을 전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낯선 곳에서 처음 본 조선인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는 설명과 함께.


“십자가를 질 수 있나” 

단 두 마디 가사에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당혹스러웠다. 리뷰어로서 중립 기어가 풀어져 버려 그저 마음을 내맡기고 작품에 빠져들기로 했다.


“주가 물어보실 때… 죽기까지 따르오니 어린 우리의 결심” 

다음 가사로 이어지자 젖은 얼굴을 닦느라 양손이 분주히 움직였다. 공연이 시작된 지 정확히 15분 만에 몸과 마음을 마비시키는 전개다.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 

감정을 추스를 때쯤 다음 곡이 시작되자 심장 깊은 곳에서 뿜어져나온 것이 다시 뺨을 타고 심장까지 흘러내려갔다. 그토록 많이 듣고 불렀던 찬양이었지만 두 곡을 이어서 불러본 적은 없는 게 분명하다. 


두 곡의 찬미가를 듣는 동안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신 예수님과 “오 주님, 당신만이 아십니다”라고 답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베드로의 고백이, 그 뜨거웠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바닷가에서 예수님과 눈을 마주치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쯤, 드디어 분위기가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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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그러나 빠르고 경쾌한 민요조차 십자가상에서 예수를 바라보며 자신을 구원해 달라 애원하는 ‘강도의 절규’를 연상시킨다. 작정하고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겠다는 의도다.

 

주인공 테오도라 왕저린(한국명 왕대아)은 어느 날 언니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며칠이 걸려 도착한 편지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멀고 먼 나라에서 온 편지다.


테오도라의 언니는 한국 재림교회 최초의 여선교사인 미미 샤펜버그(한국명 사엄태). 1907년 처음 조선 땅을 밟아, 스미스 목사(초대 교장)와 함께 평안남도 순안에서 사역자 양성학교(삼육대 전신)를 설립하고, 여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시조사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출판 사업에 헌신하고 교육 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 그녀에게도 조선 땅에 울려퍼지는 경쾌한 노래가 복음을 기다리는 애절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 조선이라는 척박한 땅에 복음의 씨앗을 함께 심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언니의 편지를 받은 테오도라는 남편 루퍼스 콘라드 왕저린(한국명 왕아시)과 함께 조선으로 향한다. 1909년 21살 꽃다운 나이에 미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미지의 땅’에서 세천사의 기별을 전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틈이 생기고 생명의 씨앗이 자라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이름 모를 꽃을 마주보는 시간 …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얼굴들 … 함께 걷는 우리. 이 길이 끝나는 곳에서 주님을 대면하겠지요 … 기도의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저들을 바라보게 하소서. 후일 주를 뵈올 그날. 후일 주를 대면할 때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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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전해진 ‘복음의 소리’가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은 현재를 반영하듯 음악과 영상 배경은 더욱 힘있게 전해졌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의 모든 대사에 이 땅에서 사역한 선교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찬미가 가사, 판소리조의 해설, 익숙한 민요가락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마주보는 것’이야말로 선교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은 테오도라. 복음 사역의 열정에 불이 타오를 때쯤 첫째 딸을 땅에 묻는 아픔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주님 오시는 날 사랑하는 딸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명을 이어가지만 이번에는 남편 루퍼스가 폐결핵에 걸렸다.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1917년, 결국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이 다시 찾아온다. 이듬해에는 언니 샤펜버그마저 병을 얻었고, 1919년 36살의 나이로 미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1960년대. 한국이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기 전, 테오도라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이때야말로 조선 땅에 ‘복음’이 가장 절실히 필요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이후 37년간 한국에 머물며 안식일학교 부장과 출판부 부장으로 일하며 예언의 신 번역과 묵시록 연구에 전념했다.  


“어쩌면 생각보다 순교는 가까운 걸지도 몰라. 나의 오늘이 죽는 것, 나의 바람이 죽는 것 역시 순교일 테니까. 그렇게 내 안에 죽어야 하는 것들이 죽기 시작한다면 이미 우리 안에서 순교가 시작된 거 아닐까?”


<대면>은 나를 살리기 위해 그 어떤 죽음보다 고귀한 죽음을 택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십자가의 메시지다. 이제는 우리가 전해야 할 ‘메시지’다. 자신의 삶을 바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초기 선교사들의 삶은 우리가 받은 ‘빛’인 동시에 갚아야 할 ‘빚’이기도 하다. ‘대면해야 할 분’을 만날 때까지 ‘대면해야 할 이’들을 찾아 나서야 할 때,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선교사들의 노래’를 우리가 부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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