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시흥의 수호천사’ 김명자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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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사 제보] 서서울교회 김명자 집사 사회봉사 국무총리상 5월 3일 장충체육관입니다” ‘이게 뭐지?’ 하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잠시 후 제보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한 여집사의 사진이 여러 장 도착했다. 각종 기관과 지자체장으로부터 받은 상장과 상패, 봉사활동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집사님, 실례지만 연세를 여쭤봐도 될까요?”
“45년생이고 지금 세는 나이로는 여든 살입니다”
서서울교회에 출석하는 김명자 집사는 지난 5월 3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귀하는 경로효행 실천을 통하여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므로 이에 표창합니다”
노인을 잘 모시고, 어른을 공경한다는 뜻의 ‘경로’와 ‘효행’ 실천이라는 이유로 여든 살 된 집사가 표창장을 받는 일은 다소 생경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런 수식어가 붙는 것은 ‘여든 살 김명자’의 선행 때문이 아니라 과거부터 수십 년간 이어온 ‘봉사자의 삶’을 살아온 이에게 붙는 수식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1985년 ‘제1회 여성의 날’에 상을 받을 정도로 이미 ‘봉사자의 삶’을 살아온 세월이 길다. 1991년에는 교회에 피아노를 기증해 영천교회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경기도지사 표창장,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시민대상, 시흥시장으로부터 받은 표창장과 ‘수호천사의 집’ 현판 등 그가 받은 상과 감사패는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데 그 속에는 어김없이 ‘사회봉사자’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봉사하며 살아갈 겁니다, 감사하면서요. 주님이 건강을 허락하시고 달란트를 주셨으니 부르실 때까지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어떤 계기로 봉사를 시작했으며 이렇게 많은 상을 받게 된 건지 묻자 “아파트에서 필요한 일을 조금씩 하다 보니 부녀회장이 됐다. 그러다 활동 반경이 자꾸 넓어져 동 단위, 시 단위의 일에 동참하게 됐고, 봉사 단체에 소속돼 일하면서 여러 단체와 힘을 모아 일하다 보니 그게 알려져 이런저런 상을 많이 받았다”고 답한다.
“하나님께 상을 받아야지, 세상에서 상을 받으면 뭐하나”라는 그의 말에 그동안의 봉사가 그에게는 지나온 삶의 이력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지금도 시흥시 ‘정이마을 유관단체협의회’에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 봉사자’다. 평생 살면서 한 번 받기 힘든 상을 휩쓸다시피 한 그가 올해는 국무총리상까지 받는 기쁨을 누렸지만, 진정 가장 큰 기쁨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란다. 그가 받은 상의 개수와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가 사회에 베푼 선행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은 영역에서 펼쳐졌다. 부상으로 받은 시계 같은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필요한 이들에게 선물하는 쿨한 성격이다.
서울에서 살 때도 독거노인 수급자, 한부모가정을 도울 방법을 찾아 소개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라면 직업이었다. 새마을부녀회장, 방범대장, 시민감사관 등은 물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찾아 나서는 소소한 봉사활동까지 30년 가까이 이어진 봉사정신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
시흥으로 이사 온 후에도 아파트 동대표는 그에게 기본 옵션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빈곤층으로 분류된 이웃,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이웃을 위해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속속들이 알고 있을 정도다.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살피고 작게는 아파트 관리소부터 주민행복센터, 구청 등 복지과에 문의하면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복지기관이나 지자체 관련 부서와 연결해 주는 일은 김 집사의 일상이자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날에는 삼계탕을, 쌀쌀함이 시작되는 계절에는 김장을, 기념일에는 복지기관 종사자들과 함께 카네이션과 떡 같은 것을 나눠준다. 어른들의 장수사진을 찍는 일을 도와주는 것도 그중 하나. 김 집사가 관여하지 않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나이가 많아도 여름성경학교 교사도 하고, 미얀마에 가서 옷과 약품 등을 나눠주는 등 지역을 따지지 않고 자급사역선교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나만을 위해 살 수는 없지 않나. 우리 가족뿐 아니라 내 이웃, 내가 사는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김 집사는 “봉사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고 고백한다. 예수님의 사랑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 사랑이 영혼을 향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졌기에 한평생 봉사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듯하다.
함께 봉사하는 이들은 ‘나이가 많아 힘드시니 옆에 서 있기만 해 달라.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 말에 더 힘이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봉사하라고 주신 건강을 아끼면 뭐하나 싶어 부지런히 움직인다”라면서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한다.
“지금은 실버교회를 다니다 보니 함께 일할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올 겨울에도 몇몇이 모여 김장나눔을 할 계획이다. 더 늦기 전에 해외봉사도 갔다오려고 팀을 꾸리는 중이다”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의욕이 넘친다.
얼마나 오랫동안 걸려 있던 건지, 김 집사의 집 문옆에 전화번호와 함께 적혀 있는 빛바랜 ‘복지 수호천사의 집’ 현판이 그 어떤 색보다 곱다.
“위 사람은 사회복지사업법 제8조에 의해 정왕2동 복지수호천사로 위촉하였습니다. 주민들께서는 아래와 같은 일로 상담이 필요한 경우 복지수호천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위촉하는 ‘복지수호천사’는 저소득주민·아동·노인·장애인·한부모가정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 상담 및 동사무소·시청 보호 의뢰 등의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사회복지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대변인’인 셈이다.
시흥시 정왕동에서 그는 ‘수호천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상에서는 그 누구보다 봉사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는 제보자의 메시지에서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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