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A영어센타’ 문 열던 1969년 9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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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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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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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외국어학원 1기 선교사 데이비드 씨의 회고담
첫 인사를 전하는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SDA삼육외국어학원 제1기 선교사 데이비드 씨.
그가 한국에 첫 발을 디딘 것은 무더위가 한창이던 1969년 7월 9일이었다. 한국에서 영어학원 사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것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확신에서 선교사로 지원한 그였다.
미국에서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고, 도쿄에서 고베로 와 다시 부산행 배에 몸을 싣고, 부산에서 인천으로 배를 타고 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한국으로 직접 오는 비행기가 없었던 탓이다. 이 모든 경비는 개인이 부담했다.
허버트 목사 등 동료 선교사들과 함께 배에서 내린 그의 품에는 미국에서 생산한 최신형 녹음기와 이어폰, 음향조절기 등 학원 운영에 필요한 랩 기자재가 들려있었다.
한국에 도착한 순간, 그는 자신들의 발길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었다. 당시 모든 일행은 각종 전자장비의 통관세금이 무척 많이 나올 것이라는 걱정에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들은 검역이 진행되는 동안 간절히 기도했다.
곧 세금이 부과됐다. 청구금액은 단돈 1000원. 그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절망적 기다림이 희망과 감사의 기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곧 짐을 차에 싣고 서울로 이동했다. 울퉁불퉁한 왕복 2차선도로에는 일행이 탄 차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곧 학원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울시내 중심가에 학원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료가 생각 외로 너무 비쌌다. 건물주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그때 이들의 눈에 들어온 건물이 있었다. 바로 청량리 대왕코너였다. 7층 신축건물이었던 이곳은 처음에는 볼링장을 하려고 계획했지만, 적당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건물은 타일도 붙어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곧 건물주와 협상에 들어갔다. 몇 번의 줄다리기 끝에 당시 금액으로 1458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학원설립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한 주인은 이 금액에서 인테리어 등 필요한 기자재와 물품을 채워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어떤 이들은 “이 외진 곳에 영어를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청량리는 당시만 해도 서울 외곽의 변두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교통도 발달하지 않았던 터라 일부의 그런 우려도 무리는 아니었다.
개원날짜가 잡히자 선교사들은 서울시내 주요 번화가와 대학 캠퍼스를 방문하며 학원 포스터와 전단지를 붙이는 등 직접 홍보에 뛰어들었다.
두 달여 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9월 19일 햇살이 떠올랐다. 국내 최초의 원어민강사 직강 시스템을 도입한 ‘SDA 영어센타’의 개원일 아침이 밝은 것이다. 선교사와 직원들은 기도하며 초조감과 기대감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전이 지나도록 단 한 사람도 등록하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서야 드디어 한 사람이 수강신청을 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3명의 친구들이 접수를 했다. 이렇게 시작된 등록인원은 첫날 700명을 넘어섰다. 이는 기적이었다.
데이비드 선교사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날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 학원의 운영에 하나님의 손길이 개입했고, 그분이 우리를 축복해 주셨다”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봉사하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곳곳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우리는 학원이 갚아야 할 모든 채무를 예정된 시기보다 훨씬 일찍 갚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회고담을 마치며, 학원 임직원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나님은 우리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십니다. 하지만 항상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지혜도 함께 주십니다. 오늘의 발전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그분에 대한 전적인 의지와 신뢰에 기인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도록 합시다. 유수의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하나님의 사업을 힘 있게 받들고 섬기는 성실한 주의 종이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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