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슬럼지역에 희망의 꽃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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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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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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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아드라 청년봉사자의 MMCHCP 프로젝트 현장스토리
이번 호에는 지난 4월 방글라데시로 파송된 이희옥 봉사자가 보낸 해외아동후원 지역선정을 위한 현장방문 보고서를 싣는다. 이희옥 봉사자는 방글라데시에서 MMCHCP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MMCHCP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슬럼지역인 Mirpur 11번가에 살고 있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한 건강지원프로젝트. 이를 통해 연간 약 2,520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건강관리, 교육, 직업교육, 커뮤니티 형성 등 다양하고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 1999년 처음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선진국가들의 재원 지원으로 2년 주기로 유지되고 있으며, 현재는 국제아드라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다카 시티 슬럼지역의 여성공동체 - 빈곤여성과 어린이의 사랑방
지난 4월 29일 모니터링을 위한 사전파악으로 프로젝트 현장으로 갔다. 아드라본부 사무실이 있는 지역에서 멀리 않은 슬럼가. 정리되지 않은 도로 위를 달리는 세발자전거 릭샤는 크고 작은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바닥으로 붕 떠버릴 것 같지만, 숙련된 릭샤맨의 운전 솜씨를 넘지 못한다.
Mripur 11번가, 이슬람 성전 모스크를 맞은편으로 조그마한 골목길로 들어서면 ADRA Bangladesh MMCHCP의 간판이 보인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진 11시, 문 앞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선 신발이 한 가득 있다. 문 입구에 들어서니, 약 30명의 여성들이 세 줄로 깔아놓은 담요 위에 나란히 앉아 어린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고 있었다.
세 달 주기로 5개월부터 5세까지 영양 공급이 시급한 150명의 영양결핍 유아들을 선별하여 주 4회 영양급식을 제공하는 “Feeding for malnourished children" 프로그램. 대부분이 저체중 및 영양결핍으로 성장에 문제가 있었으며, 장애를 가진 유아들도 몇 명 있었다.
제원부족으로 한 가정 당 한명의 유아만 지원받을 수 있기에 집에 남겨진 아이들의 점심은 잠시 미뤄져야 한다. 세 달을 주기로 유아의 체중과 건강 상태를 점검하여 상태가 호전된 아동의 경우, 시급한 아동으로 대체하여 지원하는 방법으로 1년간 4번의 대상자 선정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빈곤 가정의 여성과 자녀들로, 이곳의 지원이 없으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겨 주기가 어려운 가정도 있다고 하니, 이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어린 자녀의 배고픔을 채워 주는 것만큼 어머니로써 뿌듯한 일을 없다. 그러나 이시간은 어머니들이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건강관리와 음식물 섭취 등의 교육 외 월 2회 영양식 제공을 위한 교육도 그 중 한 프로그램이다.
종교를 떠난 어머니들의 사랑방 - 모슬렘 지역의 최초의 커뮤니티
점심식사 시간이 지나 다시 현장을 방문했을 때, ‘건강위원회’를 위한 교육이 시작되고 있었다. 25명으로 이루어진 60그룹의 리더들의 모임인 만큼, 교육의 참여도와 열정이 높다고 한다. 오늘은 60그룹 중 30그룹의 리더가 모였다.
각 그룹의 특성에 따라 참여한 여성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어느 여성리더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강의가 시작되기 전, 리더로써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 경험을 통하여 간단히 이야기 하였다.
책임감,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적극적인 자세 등 통역해 주는 직원의 의미 전달을 통해 전해 들었지만, 경험을 이야기 하는 여성의 눈빛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머니들의 진지한 눈빛만 봐도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1,500명의 여성 중 99%가 모슬렘 신자이며, 약 1%의 힌두 교인이 있다. 재림교인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한편으로 하나님의 축복이 아닌가 생각했다. 모슬렘 지역 최초의 여성커뮤니티로 성장한 ADRA Bamgladesh MMCHCP는 종교를 떠나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고,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종교 분쟁으로 얼룩진 방글라데시의 역사이지만, 성장하고 나눔에 있어서는 이념도 사상도 모든 것을 뛰어 넘어버렸다.
5명의 여성 현장방문가들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감사
Mirpur 11지역 사무실에는 총 1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5명의 여성 현장방문가는 이 사업현장을 관찰하는 시간 내내, 나의 관심 대상들이었다. 첫째, 모두 미혼이다. 둘째, 어느 직원보다 뚜렷하게 피부가 검었다. 셋째, 누구보다 대상자를 잘 알았다. 넷째,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다섯째, 잘 웃었다.
5명의 여성 현장방문가들은 한 직원 당 12개의 그룹을 담당하고 있다. 1인당 총 300명의 여성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오전, 영양급식이 마치면, 영양급식 대상자 중 결석한 가정을 확인하고 가정방문을 통하여 현장을 확인한다. 그리고 오후, 리더들을 통해 전달받은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가 그들의 필요를 직접 확인하고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결한다.
일선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담당하고 있는 5명의 여성 현장방문가들을 바라보면서, 이 땅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늘 더 편한 것만 추구해 왔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신의 동료를 사랑하고 돌보고자 하는 이들이 이 땅에 있는 한, 방글라데시의 미래는 우리 모두가 기대하고 관심을 가져 볼 나라이지 않을까?
해외아동후원 지역선정을 위한 현장 방문 보고서 - Gopalgonj 초중등학교
Gopalgonj 초중등학교는 방글라데시 남부지방 Gopalgonj에 위치한 학교다. 수도인 다카에서 이곳에 가기 위해선 약 6시간이 소요된다.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남부지역이지만 가뭄, 홍수 등 많은 자연재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Gopalgonj 초중등학교는 남부지역합회 캠퍼스 안에 있다. 재림교회의 모태가 이 남부지방이라고 한다. 1906년도에 세워진 합회 건물을 보니, 지난 세월의 역사가 짐작이 된다. 초기 이곳으로부터 시작된 많은 의료선교사업이 지역의 자연재해로 인해 모두 타 지방으로 이동하여 현재는 작은 초등학교와 합회만이 남아 지역사업을 돕고 있다.
이 학교에는 277명의 학생(남학생 146명 / 여학생 131명)이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교실은 단 6개가 전부다. 20-25명 정도의 학생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 규모가 큰 학급은 식당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생들을 위한 편의공간은 6개의 작은 교실과 운동장이 전부다.
학교를 방문했을 때, 지난 5월 초 시작된 식수문제로 17일간 임시 휴교했던 학생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캠퍼스 내부에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5개의 펌프에서 모두 비소와 아연 등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식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물마저 식수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학교는 임시휴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식수문제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11월부터 5월까지는 매년 식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캠퍼스 내에 있는 연못의 물로 샤워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물로 사용하고 있다. 거의 진흙탕에 까까운 이 연못에서 어린 학생들이 샤워하고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277명의 학생 중 220명 이상의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의 품을 떠나 생활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주어진 생활환경은 너무 열악하다. 철로 만들어진 침대는 받침대 없이 얇은 이불 하나로 지탱하고 있다. 90% 이상의 학생이 구멍이 난 철 침대에 얇은 이불 한 장만 깔고 생활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침마다 온몸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도구는 침대 단 하나뿐이다. 이마저도 3명이 2개를 나누어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꿈 ... 그것은 희망”
지역선정을 위해 진행된 현장조사는 교장과 교사그룹, 학생그룹 등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어려움이 산재해 있었지만, 공통된 어려움은 식수문제였다.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커 보였고,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어느새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져버렸다.
어린 친구들의 꿈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의사, 간호사, 선생님, 엔지니어 등 저마다 각기 다른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방글라데시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최근 2년 동안 집에 가보지 못한 초등학교 4학년 실비아. 차비도 없을뿐더러 집에 가도 있을 곳이 없어 갈 수 없다는 어린 친구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콧잔등이 시큰하게 만들었다. ‘후원자가 생기면 어떤 것을 가장 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사랑”이라고 속삭이듯 말하던 중등학교 1학년 롬살로트. “이 곳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친구들이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의 수가 49.1%인 방글라데시. 배우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서러움을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부모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는 어린 친구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진 먼저 된 자로써 우리는 과연 이 친구들에게 어떤 꿈을 지원해 줄 수 있을까? 지구촌 곳곳의 어려움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이들의 어려움이 단지, 환경적인 어려움일 뿐, 꿈을 키워가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어려움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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