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이라도 제 다리로 걷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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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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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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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살 소녀 쓰라이까의 소원 ... 선천성기형으로 장애 안고 살아
가족들은 쓰라이까가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서지 못하자 병원에 데리고 가 보았지만, 뚜렷한 이유는 찾지 못한 채 선천성장애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오늘도 쓰라이까는 또래 친구들이 골목어귀를 휘저으며 뛰어놀 때도 자신의 불편한 몸을 지탱해 주는 두 팔에 의지해 좁은 방 안을 기어 다닐 뿐이다.
양 팔로 벽을 붙잡고 일어서야 겨우 몇 발짝 걸을 수 있을 정도다. 누군가 옆에서 부축을 해 주지만 아이는 이내 주저앉고 만다.
어쩌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동네로 나가 보아도 아이들은 쓰라이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버리기 일쑤다.
그나마 우기가 시작되면서 땅이 진흙으로 바뀌는 날이 많아졌다.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패어 있다. 그 더러운 길을 쓰라이까는 팔꿈치를 다리 삼아 기어 다녀야한다.
다시 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양 팔에 의지해 힘겹게 올라가는 쓰라이까의 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이 애처롭기만 하다.
아이는 주로 할머니가 돌봐주신다. 엄마와 아빠는 매일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쓰라이까를 비롯한 여섯 명의 식구가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할머니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치기만 하다.
할머니는 “이제는 안아주지도 못하고 점점 돌봐주는 게 힘들다”며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고 싶지만, 그 돈이 있으면 양식을 사야 할 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할머니는 “동네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노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아이가 측은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어려운 줄 알지만 이 아이가 제 발로 일어나 걷는 것이 우리 가족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쓰라이까의 집에 멀리 한국에서 의료진이 봉사활동을 왔다는 소식을 갖고 아드라 봉사자들이 찾아왔다. 아이는 언니들의 손에 이끌려 할머니와 함께 차에 올랐다.
무료진료가 진행된 프놈펜 삼육학교에는 이미 환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그 한 귀퉁이에 쓰라이까도 할머니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드디어 아이의 차례가 되었다. 쓰라이가는 늘 그렇듯 기어서 의료진 앞으로 갔다.
곧 의사선생님의 검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아드라봉사자들의 마음도 초조하긴 마찬가지. 서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었다.
의료진은 “골반에 선천적인 기형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 그 결과에 따라 수술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삼육서울병원 백현남 박사는 “전문의를 통해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해 본다면 추후 치료계획을 상세하게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짐작컨대 캄보디아에서는 선천성 기형을 치료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는 수술이 불가능하면 보조기구로는 일어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진료 후 쓰라이까의 할머니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마음이 답답하다”면서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 아드라봉사자 신성은 양과 진한나 양은 “우리의 정성과 도움이 모아진다면, 이 아이가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면서 “쓰라이까가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사랑스런 아이에게 내일의 꿈과 희망을 선물해 달라”고 호소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쓰라이까에겐 소원이 하나 있다. 어느 누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나의 소원은 단 한 번만이라도 제 다리로 일어서 땅을 디디고 걷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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