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라봉사자 진한나 양의 ‘여기는 프놈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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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나 통신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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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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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5월의 5가지 이야기(Five Stories of May)
어느덧 제가 가장 좋아하는 5월이 되었습니다. 5월을 좋아하는 주된 이유는 제 생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지만 화창한 날과, 가족, 부모님, 선생님들처럼 소중하고 고마운 이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날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가정의 달’의 달이라고 부르는 이 달에 저는 한국에 있는 저희 가족들과 함께하는 대신 캄보디아에 있는 여러 결손가정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둘 ... 나의 형제들
너무 반가운 요한, 요셉 형제를 만났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 그립던 터라 저의 남동생들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친구들이 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이 두 형제를 포함해 총 7명의 아이들이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큰아이인 요셉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학교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채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돈이 될 만한 폐품을 줍는 일을 할 뿐입니다.
오후에는 인근에 있는 한국인 선교사가 세운 교회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저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건네주니까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읽어주었습니다. 한국인 여행객을 위한 가이드가 되면 가족들을 더 잘 돌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글학교를 마치면 온 동네를 뒤져 양식이 될 만한 것들을 주워 모아 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8명이나 되는 식구가 먹기에 충분한 양이 되지는 못합니다.
막내 요한이는 제가 방문한 동안 계속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있기만 했습니다. 외국인인 제가 신기할 법도 한데, 기운이 없어서 저를 보고도 눈동자만 돌릴 뿐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나의 친동생 요한이가 배가 고파서, 힘이 없어서 이렇게 축 쳐져 있다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어떨까. 그를 지켜보는 내낸 안타까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 동생과 이름이 같은 아이의 누워있는 모습이 제 눈에 아프게 박혔습니다. 어린이날에도 이 집의 아이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어렵게 잠에 들었습니다. 약간의 쌀과 깨끗한 물 한 병, 그것이 이 아이들이 바라는 어린이날 선물이었습니다.
이야기 셋 ... 행복한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쏙 짠이네 일곱 식구가 사는 집은 대나무와 야자잎으로 지어졌습니다. 좁은 집안에는 평상 같은 나무 침대가 두 개 있고, 한 켠에 화덕과 냄비 등이 있습니다. 화장실은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저희 집에서는 여섯 명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쓰느라 아침마다 화장실 때문에 전쟁을 치뤘었는데, 오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집에서는 그런 다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먹을 것이라곤 쌀 조금과 간장뿐인 어려운 살림이지만 쏙 짠이네 식구들은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이 가정에 요즘 큰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우기가 엄마 써든을 한숨짓게 합니다. 요즘도 비가 오면 야자잎으로 엮어놓은 허술한 지붕 틈으로, 벽으로 빗물이 새어 들어옵니다.
다른 집들처럼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집을 올려놓을 수 있어도 좋으련만. 입에 겨우 풀칠하기도 힘든 살림에 그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매년 아무 대책 없이 우기를 맞닥뜨려야 하는 암담한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을까요?
이야기 넷 ... 행운이 있기를
저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이 잘생긴 소년은 카 썸낭이라고 합니다. ‘썸낭’은 캄보디아어로 ‘행운’을 뜻합니다.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신 분께서는 아이에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길 바라시며 이런 이름을 지어주신 것일 테지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기도의 여인, 하나님께 은총을 받은 여인 ‘한나’의 이름을 붙여주셨습니다. 이름 덕분인지 하나님께서는 항상 제 기도를 잘 들어주시고 또 저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하지만 썸낭은 저와는 달리 이름 덕을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행운이 아니라 불운이 이 작은 아이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습니다. 썸낭은 AIDS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썸낭에게 물려주신 것은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던, AIDS 였습니다. HIV 양성으로 판명된 후 매달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오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닙니다.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 고통을 줄여줄 뿐입니다.
계속되는 불행 속에서도 해맑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이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이의 미소를 오래오래 볼 수 있게 해줄 행운이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이야기 다섯 ... 아버지
리따는 6살입니다. 수줍음 많은 리따는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습니다. 엄마는 근처 학교에서 청소부로 일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가서 해가 질 때쯤 돌아오십니다. 리따의 아버지는 리따와 엄마를 버려두고 집을 나간지 오래입니다. 왜 이렇게 예쁜 아들을 두고 떠난 것일까요?
저에게는 세분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낳아주신 아버지, 그리고 마음으로 저를 낳으신 또 한분의 아버지가 계십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한 장로님께서 원주로 이사를 오셔서 제가 다니던 교회에 나오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후로 몇 안식일이 지나고 한 일요일에,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그 장로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먼저 인사를 드렸는데 장로님은 절 알아보지 못하셔서 같은 교회에 다니는 학생이라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날 이후로, 장로님께서는 저를 친딸처럼 대해 주셨습니다. 그저 인사를 했을 뿐인데, 그 작은 일 때문에 저를 예쁘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동생들이 많아 항상 부모님의 사랑을 나눠가진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저에게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분이 생긴 것은 저에게 정말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저에게 매달 용돈도 주시고, 맛있는 음식도 사주시고, 항상 따뜻한 말로 격려해주시며 응원해 주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제 방이 따로 없어서 조용히 공부할 공간이 없었는데 저의 사정을 아시고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주셨습니다.
제게 고민거리가 생기면 어떻게 아셨는지, 문제들을 해결해 주시려고 항상 마음을 써 주신 덕분에 저는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아마 서울대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뭔가 보상을 받아야 할 좋은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런 일을 할 능력이 없는데도 언제나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장로님을 통해서, 제가 아무것도 돌려드리지 못해도 저에게 항상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과 그 분의 크신 은혜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세 번째 아버지는 정말 하나님을 닮은 분이십니다.
캄보디아에서는 6살이 되면 학교에 갑니다. 리따는 학교에 가야 할 나이지만 돈이 없어서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방안에 혼자 있습니다. 리따가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도록 마음으로 낳아 길러주실 아버지, 안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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