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균아, 빨리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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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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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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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삼육고 3학년 학생들이 띄운 노란 종이비행기
“솔직히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서 네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기 힘들어. 하지만 너의 아픔, 우리가 나눠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우린 친구니까!”
“요즘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주위에서 널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 그러니까 힘내. 그딴 병쯤 넌 충분히 이겨내고, 반드시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짜식, 매일 입가에 미소가 가득 하던 너에게 병은 어울리지 않아.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절대 포기하지 마. 그건 멍청한 사람이나 하는 바보 같은 짓이야. 너와 우리에겐 하나님이 있잖아. 꼭 학교로 다시 돌아와 그분의 축복과 치유하심의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줘”
지난 21일 오전, 한국삼육고등학교 3학년2반.
성경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아이들의 책상엔 노란색 종이가 한 장씩 건네졌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함께 공부했던 친구 희균이에게 보낼 편지지였습니다.
내내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이 어느새 숙연해집니다. 수능 디-데이가 선명하게 그려진 벽시계에서 느껴지는 고3 교실의 긴장감도 잠시 사라졌습니다.
자신들은 책과 씨름하고 있는 이 시간, 병마와 싸우고 있을 친구에게 편지를 써내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습니다. 아이들은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저마다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 펼쳤습니다.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기능이 더 익숙한 아이들. 평소 편지라는 걸 잘 써보지도 않았을 아이들이 친구를 위해 기꺼이 펜을 들었습니다.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정성을 다한 손글씨로 깨알같이 써내려간 행간에 사랑이 가득 묻어납니다.
편지엔 희균이와 나눈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하지만, 어서 다시 학교로 돌아오라는 바람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친구의 병이 낫기를, 빨리 치유되어 함께 공부하고, 노래하고, 뛰어놀길 소망했습니다.
평소엔 겸연쩍어 할 수 없었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예쁘게 알록달록 채색도 하고, 그림도 그려 넣었습니다. 좋아하던 캐릭터도 눈에 띕니다. 물론, 성경구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콘서트콰이어와 물보라 친구들은 희균이와 함께 불렀던 노랫말도 가득 담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삐뚤빼뚤 못난 글씨가 마음에 걸렸는지 지우고 다시 쓰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이 언제 지났을지 모를 만큼 금방 지났습니다. 수업 중 미쳐 다 쓰지 못한 아이는 아쉬운 마음에 쉬는 시간까지 계속 적어 내려갑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노란 색종이에 희망의 무지개를 그려 넣었습니다.
아이들은 편지를 비행기로 접어 희망의 마음을 날려 보내기로 했습니다. 비행기를 접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마저 가물가물합니다. 하지만 친구가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꼬깃꼬깃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더 멋진 비행기를 접으려 애쓰는 아이도 보이고, 편지가 친구의 마음의 강까지 닿기 바라는 의미로 종이배를 접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하나하나가 고맙고 갸륵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실린 노란 편지지는 함께 활동하던 안교 친구들이 정성껏 만든 종이상자에 한가득 담겼습니다. 마냥 철부지만 같았던 아이들의 외침은 그렇게 기도가 되어 희균이가 있는 살렘동산까지 흩날렸습니다.
‘훌륭한 목사님이 되겠다’던 푸른 가슴의 아이를 위해 한국삼육고 학생과 교직원들은 오늘도 그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기도합니다. 그들의 기도는 어느새 희망의 무지개가 되어 눈부시게 파란 봄빛 하늘가에 퍼집니다.
“네가 빨리 건강해져서 학교에서 보면 좋겠어.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넌 할 수 있어”
야고보서 5장15-16절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저를 일으키시리라 ... 이러므로 너희 죄를 서로 고하며 병 낫기를 위하여 서로 기도하라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많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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