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비상을 꿈꾸는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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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지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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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5.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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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서울시향 협연 오주영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이번 공연은 서울시향의 유료회원들을 위한 특별콘서트로 마련되었다.
오 씨는 이날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그간 신예 연주자로 주목받던 그에게서 이젠 제법 거장의 기품이 흘렀다.
“브루흐는 제가 어릴 때부터 공부해 온 친숙한 작곡가인데요. 브루흐의 낭만성과 동시에 불타는 정열적 특징이 저와 잘 맞아요”
독창적인 선율과 풍부한 화성으로 베토벤, 멘델스존의 작품 이후 가장 애호되는 독일계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손꼽히는 이 곡은 자유로우면서도 잘 짜인 구성 등으로 브루흐의 대표작 중 대표작이라 할 만한 명작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중적이기 때문에 자칫 연주자에게는 평단이나 관객들에게 평가의 직접적 대상이 될 부담도 적지 않다. 무대 위의 작은 실수가 큰 흠이 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오주영 씨는 “모든 연주자의 색깔이 다르듯 자신만의 개성과 표현방법이 있으므로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며 당당하게 자신감을 드러냈다. 패기와 로맨틱한 열정을 고루 갖췄다는 그를 따르는 수식어에 걸맞게 비루투오조(virtuoso·화려한 연주자)다운 말이다.
무대 위에 선 그는 독일 전통양식을 바탕으로 민족적인 표정을 낭만적인 필치로 그려낸 작곡가의 의도를 고스란히 소화했다. 사고의 공간이 느껴지는 그의 연주에서는 작품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다듬으며 표현한 흔적이 역력했다.
동시에 자신의 자유로운 세계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내며 악단과의 밀도 있는 앙상블로 균형적인 음악적 전개를 선보였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역시 시종 눈부신 매력으로 표출되었다.
1, 2 악장의 비장한 긴장감과 애조 띤 선율 속에선 음악인으로서의 고뇌와 번민을, 마지막 악장의 힘차고 화려한 도약에선 눈부신 비상을 꿈꾸는 그의 소망도 엿볼 수 있었다. 가슴 속 이야기를 조심스럽고 감동 있게 풀어가는 그의 열띤 연주에 관객들은 숨을 죽여 가며 환호했다.
질서정연함 속의 인간적 소통이란 이런 것일까.
그의 웅대하면서 동시에 절제된 풍모에 연주를 지켜보던 객석에선 약 24분간의 연주가 끝나자 아낌없는 갈채가 쏟아졌고, 4번의 커튼콜에 대한 답례로 본인이 직접 작곡한 곡을 연주하여 협연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오는 7월 5년 만에 전국 순회 리사이틀을 준비 중이다.
“한곡, 한곡 모든 곡을 심도 있게 선택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즐기고 교감할 수 있는 음악회를 꾸미고 싶어요”
바로크시대 음악부터 현대음악을 비롯한 집시, 탱고음악까지 전 장르를 아우르며 다채롭고 흥미 있는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인 그는 내년 3월에는 KBS 교향악단의 초청 협연도 예정되어 있는 등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고국의 팬들과 자주 만날 계획이다.
세계로의 눈부신 비상과 아울러 국내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오주영 씨의 소망처럼 더욱 원숙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그의 내일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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