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의 물꼬를 트고, 막힌 담을 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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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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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7.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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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만에 열린 제주 연합장막부흥회가 남긴 의미와 과제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지난 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휘트니스타운 로비.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연합 장막부흥회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모여드는 제주지역 성도들의 표정에는 기쁨과 반가움, 회한과 긴장이 사뭇 교차됐다.
오랜 만에 얼굴을 마주한 성도들은 서로 손을 내밀며 환히 웃었다.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는 이제 분열의 상처를 싸매고, 믿음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어루만질 수 있다는 기대도 읽혔다.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켜켜이 묵혔던 감정의 골을 단숨에 메우기에는 약간의 서먹함도 전혀 없지 않아보였다. 서로 입장을 달리했던 사람들은 선뜻 상대에게 다가서기를 주저하는 모습도 스쳤다. 그만큼 세월이 남기고 간 앙금의 상처는 깊었다.
그러나 이번 제주지역 연합장막부흥회는 무엇보다 분리 여부를 둘러싸고 격한 찬반 대립 양상을 보였던 양 측이 서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조명 받기 충분했다. 이는 그동안의 아픔을 치유하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손을 맞잡고 찬미의 메아리를 울리며, 어깨를 끌어안고 통회의 기도를 올리며,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내놓고 일치와 연합을 논의한 이번 행사는 회개와 용서, 이해와 은혜를 나누는 또 다른 미스바의 제단이었다.
실제로 집회 중간중간 찬미하는 성도들 사이에서는 그간의 회한이 스쳐 지나는 듯 간간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십 수 년 동안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아둔 채, 대화마저 쉽지 않았던 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과거의 아픔을 딛고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큰 족적을 남겼다.
제주지역장 장원관 목사(제주본부교회)는 “14년 동안 끌어왔던 제주문제를 정리하고, 갈등을 치유하는 시간이었다”며 “이제는 새로운 도전과 부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전했다.
호남합회장 이학봉 목사는 “제주 성도들이 하나님 안에서 보다 더 행복하고 성숙한 사랑을 나누며 진정한 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한 첫 걸음을 떼었다”며 “그리스도의 생명력 있는 말씀 안에서 교회의 영광을 위하여 산 믿음으로 거듭나는 시작점이자, 아름다운 동행의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미 봉합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만났으므로 이번 행사 자체로 제주문제는 봉합의 수순에 올랐다 해도 큰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상호 발전적인 행보를 어떻게 보조를 맞춰 걸어갈 것인가 논의하는 실질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선교 위한 로드맵 설정 시급
이렇듯 감동적인 연합의 첫 단추를 꿰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남아 있다. 우선 암암리에 성도들의 내면에 쌓여있는 갈등의 부산물들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상호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며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전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러한 세밀한 문제까지 해결되고 상대를 끌어안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침체된 제주지역 선교발전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의 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설정하고, 모아진 역량과 응집력을 효과적으로 펼쳐내는 관리능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연장선에서 제주지역이 새 시대의 역사를 쓰기 위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연합하고, 관련 사업을 펼쳐갈 것인가를 보다 구체화하고 합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평신도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구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이번 연합 집회는 단순 이벤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합회 선교부장 박정택 목사는 이에 대해 “여전히 쌓여있는 제반문제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도들이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그간의 상처를 뒤로하고 부흥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 가야한다는 대전제에는 이견이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박 목사는 “올 들어 각 교회에서 그동안 못했던 선교에 대한 관심과 발전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며 “소그룹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고, 10월에는 서귀포에서 평신도 공중전도회도 예정되어 있는 등 연합을 통해 선교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본부교회 장원관 목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로의 소통이 급선무”라며 “그동안 서로 만남의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자주 만나 관계의 교류를 잇고, 영적 연합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의 상처와 분열의 아픔을 딛고 제주지역이 회복과 부흥의 새 페이지를 기록해 나갈 것인지 앞으로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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