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가 잘 자라도록 돕는게 우리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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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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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07.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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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아이 입양해 키우는 홍순명 교수 부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는 월곡동, 장위동 인근의 생활형편이 어려운 소외계층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삼육대 건축학과 홍순명 교수.
그는 얼마 전부터 ‘초원이 아빠’로 불린다. 올 봄 입양한 초원이를 두고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재작년 9월 부인과 사별한 홍 교수는 이후 자신의 집을 개조해 그동안 계획해 왔던 미혼모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초원이는 이곳에 의지해 생활하던 한 미혼모의 아이다. 하지만 작년 5월, 한 달가량 쉼터에서 지내던 초원이 생모는 갑자기 여의치 않은 사정이 생겨 아이를 두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초원이가 태어난 지 8개월 만이었다.
결국 홍 교수는 미혼모의 자녀를 자신의 아이로 입양시키기로 결심했다. 이미 장성한 두 자녀들도 처음에는 걱정하며 반대했지만,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는 곧 지지해 주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50세 미만의 결혼한 부부여야 한다는 국내 입양가정자격조건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부인을 잃은 홍 교수는 당시 독신이었기 때문에 초원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사이 그의 앞에 여생의 반려자가 나타났다. 과거 사능교회에서 목회할 때 교회 청년이었던 조태순 씨였다. 2년 전부터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조 씨는 현지에서 홍 교수의 부인이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위해 중보와 위로의 기도를 드려왔던 터였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인 그녀는 수녀의 꿈을 키우며 26살이 되던 해까지 수녀원에서 살았다. 하지만, 1990년 재림신앙을 하는 언니의 권유를 받아들여 성경을 공부하고, 진리기별을 발견했다. 그때 그녀에게 성경을 가르쳐 준 은인이 홍 교수다.
작년 10월, 홍 교수는 ‘항상 하나님의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왔던 그녀에게 용기를 내어 청혼을 했다. 그녀 역시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중 “봉사가 필요하면 서로 도와주겠다”던 약속이 떠올랐다.
“이제까지 제가 누구인지 조차 제대로 의식하지 못해왔고,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결혼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기도하면서 비로소 제가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습니다”
결심을 굳힌 그녀는 결국 작년 12월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올 1월 28일 홍 교수와 새 가정을 꾸렸다. 결혼 후 이들 부부가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초원이의 입양이었다. 어쩌면 초원이 때문에 결혼을 그토록 서둘렀는지도 모른다.
홍 교수가 초원이를 이처럼 애틋하게 생각하는 건 어쩌면 이 아이의 태어나는 순간을 누구보다 절절하게 기도하며 지켜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1개월 만에 세상에서 울음을 터트린 초원이는 출생 당시 4.8Kg의 과숙아였다.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초원이는 자궁에서 태변이 기도에 들어가 낳자마자 폐 세척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의사들조차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였다. 홍 교수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초원이를 보며 기도했다. 제발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결혼과 함께 모든 입양절차를 마친 이들 부부는 지금도 초원이를 자신들의 친자식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기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초원이가 조금 더 성장하면 생모와 만나게 해 줄 마음이다.
홍 교수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상처는 평생 깊이 남는다”며 그런 아이들을 거두고 보살피는 것 역시 신앙인의 몫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 아이가 사회의 기둥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양육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어서려는 기자에게 부인 조 씨가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요? 이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을까요?”
부부는 앞으로도 기도하면서 계속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입양이 되었든, 또 다른 모습의 봉사가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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