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한 땡볕더위도 막지 못한 뜨거운 선교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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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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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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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가스에서 만난 정아영, 신혜현 선교사의 하루
그곳에는 얼마 전 파송된 27기 정아영 선교사(원주 새하늘교회)와 신혜현 선교사(삼육간호보건대 피부미용과)가 봉사하고 있다.
난생처음 가보는 초행길, 어렵사리 물어물어 바탕가스 시티 타이산에 도착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중년여성에게 두 선교사가 살고 있다는 집주소를 물으니, 이내 익히 알고 있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손끝으로 골목길을 가리킨다. 이 마을의 가장 끝에 합판으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열 평 남짓한 하얀 집이 선교사들의 숙소다.
일행을 맞이하는 두 선교사의 표정에 화색이 돈다. 끼니를 놓친 손님들을 대접한다며 손수 밥상을 정성껏 차려 내어놓았다. 식기류나 식재료들은 이들을 초청한 인근 로사리오교회에서 제공해 주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더위에 지친 일행을 위해 선풍기를 틀어보지만 프로펠러를 타고 흐르는 바람은 후끈하다 못해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숙소나 환경이 너무 좋아 선교사 정신이 수그러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늘어놓는다. 다른 선교사들에 비해 자신들은 너무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1,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을 선교지로 배정 받아 첫 발을 디딘 것은 지난 2일. 아직 현지 적응도 채 끝나지 않은 모습이지만, 자신들에게 주어진 세계복음화를 위한 선교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야무진 다짐을 날마다 새롭게 하고 있다.
선교사들의 하루일과는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기상과 함께 예배와 식사를 마친 이들은 오전 내내 집집방문을 하며 주민들의 얼굴을 익혀가고 있다. 농사일을 거들어주기도 하고, 발마사지와 노래를 불러주며 서먹함을 풀자 주민들은 어느새 이 낯선 이방인들을 자신의 집 안으로 들일만큼 친숙해졌다.
점심식사를 마친 선교사들은 오후에 영어와 타갈로그어를 공부한다. 오후 4시부터는 어린이들을 위한 거리전도가 이어진다. 선교사들의 발걸음을 종종 따라다니는 예닐곱 명의 동네 꼬마들은 벌써 이들의 친구이자 구도자가 된 듯하다.
필리핀 사람들은 선교사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웃에 사는 깔룸보 씨는 “이들이 온 이후 마을에 또 다른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면서 “어리지만 매우 활동적으로 선교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칭찬한다.
선교사들과 가족들이 함께 예배도 드리고, 성경도 공부했다는 그는 “필리핀 거의 모든 지역이 그렇듯 우리 마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톨릭 신자이긴 하지만, 이들에게 성경을 공부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몇몇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선교사들을 따라 약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마엘라라는 한 청년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겹치면서 지금은 대인기피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꾸준히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말동무가 되어 주면서 차츰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고 한다.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 거친 숲길을 오르내리며 도착한 그녀의 집에서는 가족들이 모두 나와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정성껏 준비해 간 크림으로 마사지를 해주며 이야기를 건네자 굳어있던 마엘라의 얼굴에도 어느덧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오랜만에 보는 딸의 웃음 짓는 모습에 그녀의 늙은 부모는 선교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처럼 그녀들은 이제 이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끔 만나는 환자들에게 약을 건네기도 하고, 기도를 하면서 쾌유를 빌어주는 선교사들의 모습에 주민들은 저마다 고마움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1000명 선교사를 다녀온 언니의 권유로 지원했다는 정아영 선교사는 “우리의 행동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내가 알고 있는 하나님을 이들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학교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선교사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다는 신혜현 선교사는 “단 한 명의 영혼이라도 신실한 주의 백성으로 인도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변화되었으면 한다”고 고백했다.
이들 선교사들은 “성도들의 기도가 정말 필요하다”며 “생각날 때마다 선교사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살아계신 예수님의 기적을 체험하고 싶다며 환히 웃어 보이는 이들의 건강한 미소가 무더위를 단숨에 씻어버릴 만큼 청량하다.
이제 갓 소녀티를 벗은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이지만, 세천사의 기별을 전파하기 위해 선택되고, 보내심을 받은 어엿한 선교사의 명찰을 단 이들은 어느덧 그리스도의 여장부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남국의 맹렬한 땡볕더위도 선교사들의 뜨거운 선교열정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했지만, 한 영혼이라도 더 찾아가 복음을 전하기 위한 이들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이들은 자신들이 걷고 있는 이 길이 언젠가는 세계 선교역사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져야 할 시간,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옷을 한 줄기 바람에 말리며 필리핀식 팥빙수라는 ‘할로할로’ 한 컵에 행복을 담아 선교사들과 작별을 고했다. 어느덧 작열하던 태양도 서산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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