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챔프 도전하는 여성복서 김선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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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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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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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강산에서 남북대결 ... “신앙의 챔피언 되고파”
한국 여자권투 밴텀급 랭킹 2위인 김선호 선수는 오는 7일 저녁 6시 북한 금강산 온정각 광장 특설링에서 북한의 신예 류영심 선수와 WBA 55kg 이하 밴텀급 세계랭킹전을 갖는다.
여름의 길목으로 들어서던 6월의 첫 날. 김 선수가 비지땀을 흘리며 하루 6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는 체육관에서 세계챔프를 향한 그녀의 꿈과 도전, 그리고 신앙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26살의 여성복서 김선호 자매. 우리나라 여자권투 기대주인 그녀가 권투라는 여자로서는 다소 소화하기 힘든 격렬한 스포츠를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지긋지긋한 가난의 시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권투가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아무리 어렵고 고된 삶의 순간이 오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부딪혀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녀를 지탱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가정형편상 부모님의 품을 떠나 보육원에서 자라난 김선호 선수는 생활고 때문에 고등학교까지 스스로 고학하면서 어렵게 자라났다. 식당, 공장, 가게 등을 전전하며 손에 잡히는 대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그녀의 표현대로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어려서부터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난데다 스포츠를 좋아해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일찌감치 꿈을 접어야 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그마저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한때는 태권도 사범까지 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도중에 그만 두게 되었다.
이후 스포츠마사지 자격증을 취득해 찜질방 임대코너에서 아르바이트 마사지사로 근무하던 김 선수는 우연한 기회에 같은 건물 2층에 문을 연 권투체육관을 찾게 되었다. 그것이 장우열 관장과의 첫 만남이었다.
지난해 9월 6일 처음 권투장갑을 낀 그녀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권투선수로서의 담금질을 시작했다. 이후 11월 14일 프로테스트에 합격하고, 한 달 만에 치른 데뷔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기라성 같은 선배에게 승리를 거두며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 3월에는 국가대표 조영미 선수를 2회 KO로 이기며, 자신의 이름을 세인들에게 각인시켰다. 또 4월에는 전국체전 메달리스트인 배미란 선수를 경기 시작 45초 만에 KO로 눕히는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물리치며 일취월장한 실력을 과시했다.
이번 금강산 시합도 이런 그녀의 실력을 눈여겨 본 권투위원회의 추천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지금까지 3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선수에게는 파격적인 초청이었다. 김 선수는 이 대회를 마치면, 올해 안으로 세계타이틀 매치에 도전할 마음이다.
장우열 관장은 그런 김 선수를 바라보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 붓는 열정이 대단한 선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아무리 강도 높은 훈련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훈련량을 100% 소화해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세계적으로 여자권투 강국이라는 일본과 미국을 앞지를 만큼 세계무대의 정상에 서 있다. 정부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있으며, 많은 선수들이 군에 소속되어 있어 체계적으로 훈련받는 등 어려서부터 재목을 양성하고 있다.
그녀와 대결하는 류영심 선수는 아마추어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북한 여자권투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올라온 실력파로 알려져 있다. 빠르고 정확한 펀치를 가진 강자로 이전의 어느 선수보다 강한 상대라는 것을 김선호 선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 경기를 통해 남북 스포츠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남북우호증진 및 평화통일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고 있다.
권투 입문과 함께 재림신앙을 받아들이고 요즘도 계속 성경을 공부하고 있는 김선호 선수는 “신앙을 한 이후 절대자에게 나 자신을 내어맡기고 의지하게 되어 큰 힘을 얻는다”며 “숨겨져 있던 삶의 진리를 발견해 가는 재미도 남다르다”고 활짝 웃는다.
오는 7월 침례를 받을 예정인 그녀는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신앙의 챔피언이 되고 싶다”며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 ‘제자’를 바라보던 장우열 관장 역시 “자신이 걸어온 힘들고 어려웠던 인생길에서 권투를 통해 행복을 찾고, 신앙으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이 진정한 세계 챔피언일 것”이라며 그녀의 앞길에 주님의 도우심이 함께 하길 기도했다.
이제 갓 믿음의 길로 들어선 김선호 선수에게 매일 성경을 가르치고 있는 간성교회 배성수 목사는 “세천사의 기별을 잘 배워서 에스더처럼 어느 자리에서나 굳건한 믿음을 지켜가는 그리스도의 여종이 되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배 목사는 특히 “권투라는 종목이 재림교회의 정서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이들은 이 운동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며 성도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김선호 선수의 이날 경기는 MBC ESPN을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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