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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신앙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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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06.07.2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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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용사’ 박형주 형제 군사법정 재판받던 날 스케치
군사법정은 박형주 군에게 2년형을 언도했다. 사진은 기도하는 재림군인들의 모습. 사진기자 김범태
지난 20일 오전.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제27사단 보통군사법원 앞마당.

며칠 동안 짓궂게 내리던 장맛비도 거치고 오랜만에 따사로운 햇살을 만날 수 있어 기분이 한결 청량했지만, 이곳에는 다소 무거운 긴장감이 흘렀다.

바로 신병교육대 훈련 기간 중 안식일 준수문제로 구속된 재림군인 박형주 군의 재판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개정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지만 박 군은 이미 법정 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재판은 자체 사정으로 50분이나 지연되었다. 그사이 변호인이 먼저 자리를 잡고 법률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날 재판에는 박 군의 부모님 이외에도 한국연합회와 서중한합회 군봉사부장 등 교단 관계자와 그가 입대 전 학생전도사로 봉사했던 새로남교회의 성도와 청년 30여명이 찾아와 ‘믿음의 용사’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박 군이 시선을 돌려 법정에 들어선 부모님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었다. 아들 걱정 때문인지 근래 들어 몸이 많이 수척해진 어머니와는 3주 만의 만남이었다. 옆에 서 있던 아버지가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

“아침은 먹었니?”
짧고 평범한 인사였지만 그 안에 그간의 모든 안부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었다. 아들은 애써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목이 메어버린 부자는 욕심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채 각자의 자리로 돌아서야 했다.  

같은 시각, 새로남교회 교우들은 별도의 장소에 모여 형주 군과 곧 언도될 판결을 위해 기도했다. 김용군 장로는 이 자리에서 “그를 위로하고 도와주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도 새로운 신앙의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라며 마음을 모았다.  

김 장로는 시편 108편 말씀을 인용하며 “하나님께서 박형주 전도사를 어떻게 인도하실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뜻을 정했을 때 그분께서 가장 선하신 길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 ... “주5일 근무제 시행따라 군 당국 배려 있어야” 지적
오전 10시50분. 재판부가 입장하면서 드디어 법정이 개시됐다. 성명, 소속, 군번 등 간단한 신상을 확인하는 피고인 출석확인과 함께 차례에 따라 그가 법정의 중앙에 섰다.

먼저 검찰 측 심문이 시작됐다. 군 검찰은 금요일 밤에 진행되었던 야간화생방훈련, 불침번 근무, 야간각개전투훈련 거부 등 6개 항목의 훈련거부진술을 확인한 후 “이번 사건은 상급자의 명령을 위반한 항명”이라며 재판부에 처벌을 요구했다.

곧 변호인 반대심문이 이어졌다. 박 군의 변호사는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모두 안식일에 행해진 일”이라며 “피고인은 재림교회 모태신자이자 신학생으로 안식일에 대한 절대적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 훈련을 거부한 것”이라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재림교회는 십계명의 규례대로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를 안식일로 성수하고 있으며, 이 날에 근무하는 것은 이같은 종교적 신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피고는 훈련소에서 안식일을 제외한 다른 날은 누구보다 열심히 복무했다”고 반박했다.  

또 문제가 된 금요일 밤 불침번 근무는 순번을 조정해 배려할 수 있고, 토요일 훈련은 주중 다른 날로 대체해서 이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지난해부터 군부대에서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었으므로, 안식일을 준수하는데 따른 많은 장애요인이 줄어든 만큼 군 당국과 훈련소 차원의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요일 밤 다른 동료 위해 근무하는 것은 봉사 아닌가” ... 심문은 이어져
군판사의 심문도 계속됐다. 판사는 “입대 전, 자신의 신앙이 이런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군은 “토요 휴무제가 시행되고 있어 당연히 안식일을 준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훈련소에 와서야 격주 휴무임을 알게 되었다”며 “훈련소에서 배려될 줄 알았는데, 그리되지 못해 아쉽다”고 답했다.

“금요일 밤에 다른 동료들을 위해 근무하는 것은 봉사가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봉사가 아닌 임무의 차원”이라며 “안식일 정신과는 갈등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질문 하나하나에 논리정연하고,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왜 안식일이 금요일 해질 때부터 토요일 해질 때까지인지’ 성경적 시간의 개념과 ‘안식일이 왜 창조의 기념일인지’ ‘인간이 왜 하나님을 경배해야 하는지’ 등을 또박또박 설명해 갔다.

군판사의 마지막 질문이 던져졌다. “안식일은 절대적 신념인가, 특수한 상황에서는 양보할 수 있는 것인가?” 그의 목소리에 군인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추궁이 담겨 있음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 군의 대답을 듣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안식일 준수는 어떠한 불이익을 받더라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이라며 안식일은 타협할 수 없는 신앙의 원칙임을 분명히 했다.

“군대는 병사 개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
11시15분. 모든 심문이 끝나고 검찰 측 증거자료가 재판부에 제출됐다. 검찰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희생이 따라야 한다”며 “자신의 종교자유만을 주장한다면 제2, 제3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징역 3년형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금요일 야간과 토요일 주간훈련에 대한 거부일 뿐, 상관 명령에 불복종할 의도가 없는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목회자의 꿈을 갖고 있는 피고에게 안식일에 훈련을 받게 하거나, 근무를 하게 하는 것은 그의 신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어 “피고는 종교적 신념을 택한 신앙인으로 안식일 준수에 대한 절대적 신념을 가져왔다”면서 “군대는 병사 개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라고 군 법정의 최대한의 배려를 요청했다.

11시20분. 박형주 군에게 최후변론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는 종교적 사유 이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결코 상관에게 불복종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신학생으로서 성경의 원칙과 하나님의 명령, 그리고 나의 신앙양심에 온전히 충실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는 신앙을 지키기 위한 저의 결심입니다 ...”

그는 현행법상 자신의 신앙이 국가조직으로부터 배려될 수 없다면 형벌을 받겠지만, 그 정신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변론을 마쳤다.

징역 2년형 ... 양심적 병역거부나 집총거부보다 더 가혹한 형량 언도
오후 12시15분. 휴정에 들어갔던 법정이 속개됐다. 재판장의 판결이 언도됐다. 징역 2년형. 순간, 법정 안이 싸늘해졌다. 양심적 병역거부나 집총거부보다 더 가혹한 형량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구형에 모두들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피고인석의 그는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뒤에서 아들의 모습을 묵묵하게 바라보던 부모의 표정에서 답답함과 걱정스러움이 교차됐다. 방청석의 일부 신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눈빛이 마주친 군봉사부 관계자들과 가족들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항소를 의미했다.
  
재판부는 상소이유에서 “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존중하나, 군인의 신분으로서 피고는 군법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며 군형법 44조 ‘항명죄’를 적용해 이같이 구형했다. 인간의 사법적 판단의 잣대가 한 재림군인의 온전한 신앙양심을 재결하는 순간이었다.  

군 법정은 “소수 종교인들의 군내 종교행위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실형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병역의무가 개인의 종교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못 박았다.

서중한합회 군봉사부장 이충환 목사가 “병역거부자나 집총거부자도 18개월형 선고가 일반적인데, 병역의무 이행의사가 분명한 자에게 너무 과중한 형량이 언도된 것 아니냐”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군판사는 이에 대해 “피고는 다른 병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무기간이 짧아 이보다 형량이 더 낮으면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날 수 있어 이를 기준으로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약 50분간의 모든 재판이 이렇게 끝났다. 박 군은 다시 헌병대에 인계되어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가에서 그제야 꾹 참았던 한 줄기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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