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코에게 새 생명을 ... 이식피부 생착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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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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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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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걸어라’ 찬양 배우며 치유의 하나님 의지
에리코 씨의 입원실이 잠시 부산스러워진다. 자가면역이상질환으로 인해 다발성 피부괴사 증상을 보인 엉덩이와 오른쪽다리에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에리코 씨의 환부를 드레싱 하기 위해 의료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붕대를 걷어내자 곧 썩어버린 피부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새 살을 덮은 환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앙상하게 마른 다리에는 울긋불긋 자리를 잡아가는 피부가 보였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머니 황스베따 집사는 이내 얼굴을 돌렸다. 환부가 징그러워서가 아니다. 많이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려오기 때문이다.
20여분간의 그리 길지 않은 치료였지만, 에리코 씨는 따갑고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래도 오늘은 그나마 형편이 나아진 셈이다. 수술 후 초기에는 다른 병실에서 혼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진통제를 맞아야 치료가 가능했으리만큼 많이 괴로웠다. 살을 떼어낸 왼쪽다리는 특히 더 심했다.
어느덧 에리코 씨가 피부이식수술을 받은 지 2주일이 지났다. 그사이 많이 건강해진 듯 보였지만 환부가 아물고, 이식된 피부가 생착 되도록 가급적 움직이지 말라는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그녀는 그동안 침대에 누워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니 자연 허리도 아프고, 목도 뻐근했지만 새 살이 돋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전날부터 링거나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될 만큼 회복된다. 혈압이나 체온, 맥박도 모두 정상을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간수치가 높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치료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걸음을 걷지 않았기 때문에 관절 강직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물리치료와 함께 다리에 힘을 붙이기 위한 운동요법도 병행해야 한다.
에리코 씨는 매일 저녁 사할린에 두고 온 가족들과 통화를 하면서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얼마 전 할머니가 보내준 딸 유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것도 그나마 병실에서 맛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즐거움이다.
남편의 팔에 안겨 웃고 있는 유미가 마치 ‘엄마, 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세요.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전기에 감전된 듯 코끝이 찡하다.
최근 시어머니가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아이를 돌보고 있을 시아버지를 생각하면 여간 송구스러운 게 아니다.
비좁고 불편한 병실이지만 모녀는 요즘 새로운 복음성가를 배우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위생병원 원목실에서 빌려준 카세트로 찬미와 설교를 들으며, 그들을 여기까지 인도한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어나 걸어라’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등의 노래는 가사가 너무 은혜롭고 마음에 와 닿아 사할린으로 돌아가면 꼭 온 가족과 함께 부르고 싶은 곡이다. 모녀는 지금 자신들이 부르고 있는 곡처럼 에리코 씨가 하루 빨리 일어나 걸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에리코 돕기 사랑의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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