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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터뷰①] 강기훈 원장에게 듣는 대법 승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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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9.02.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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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사회적 △교회사적 △신앙 및 영적 의미 다각적 고찰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 대표로 봉사하는 강기훈 원장을 만나 이번 ‘안식일 소송’의 대법원 승소 의미를 들어봤다.
한지만 군이 학교 측과의 소송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기 까지 누구보다 애쓴 사람이 있다. 바로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 대표로 봉사하는 강기훈 원장(오남 강내과).

그는 현업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해당 학교와 담당 교수들에게 재림교회의 신앙신조를 일일이 설명하며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는 일부터 행정적, 법적 대응 과정에 관여하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재판이란 걸 처음해보는 한지만 군이 두렵고 지쳐 흔들릴 때마다 낙심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때론 소송비용을 대납하며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의 의미가 그에겐 더욱 각별하다.

강 원장을 만나 이번 ‘안식일 소송’ 대법원 승소 판결의 의미를 사안별로 짚어봤다.

▲ 일단, 이번 대법원 승소 판결의 법적 의미부터 짚어보겠습니다.
- 앞선 인터뷰에서 신명철 변호사께서 명료하게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토요 시험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재림교인 학생들이 이제는 안식일 준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입니다.

최소한 교육 분야에서는 토요일에 시험이 시행될 경우, 학교는 학생에게 특정의 대체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의무가 생기게 됐죠.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어떤 교육과정의 학교가 되었든, 재림교인 학생들이 지금까지 겪어왔던 ‘토요 시험’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재림교인 학생들이 안식일 준수와 관련해 피해를 받지 않고, 혹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은 한지만 군 개인을 넘어 한국의 모든 재림교인 학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항소심 판결은 대구고등법원에 의해 주요판례로 지정됐죠. 법원에서도 아주 의미 있는 판결로 판단한 겁니다. 주요 판례로 지정되면 판결문이 공개되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라고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판결문이 공보판례집에 수록되어 학계에서도 비중 있게 연구하고, 법학대학생들이 공부하며 우리의 신앙신조와 교리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종교자유가 왜 마땅히 보호해야 할 가치인지 깨달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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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사회적 의미는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까요?
- 교육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그렇기에 교육에 있어 최소한 기회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장애인들에게 시험의 편의를 제공하고 농어촌 학생들에게 특례입학의 문을 열어주며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의 공의가 살아있고 서로 돌보는 긍휼이 남아있다는 희망을 보게 되죠.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 교육의 기회의 평등이라는 조치는 신앙 분야에서는 살아있지 못했습니다. 

헌법에서 분명히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교육현장 등 실생활에서 신앙으로 인해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는 잊혀진 국민의 권리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사회적으로 사문화 되어버린 국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살려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학내 종교자유는 2004년 대광고 ‘강의석 사건’ 이후 종립학교에 다니는 비신자가 해당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는데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에도 ‘종교수업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죠. 한마디로 종교의 자유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습니다. 종교인이 아닌 사람이 자기의 무 신앙을 누릴 수 있는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처럼 실행되어 왔죠.

그러나 ‘종교의 자유’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종교인이 자기 종교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판결은 그동안 ‘믿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는데 치중돼 있던 학교 내의 종교자유 문제를 이제는 각종 편의제도를 포함해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의 원칙까지 확립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종교자유 수준을 국제적 레벨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차별 행위라고 판단하지 않았거든요. 그 일은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과 의식이 얼마나 낮은가를 보여준 극명한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가 대법원 소송까지 가는 기간 동안 많은 시간과 재정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던 건 결국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깊은 통찰과 반성이 없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지하다시피, 한지만 군이 겪은 문제는 국제적으로는 이미 인정받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종교자유와 인권에 대한 대한민국 사회의 인식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이 됐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판례는 비단, 재림교인뿐 아니라 다른 교파의 기독교인, 심지어 비종교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금석이 될 겁니다. 각종 편의제도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로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선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 원칙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News_9068_file2_v.png▲ 교회적으로도 대단히 큰 의미가 있으리라 봅니다. 어떻습니까?
- 한국 재림교회 110여년 역사에 처음 있는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이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유사한 사건이 있긴 했습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 2010년 사법고시 문제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쉽게 패소했는데, 그동안 재림교인들이 안식일 문제 해결을 위해 민원을 제기하면 오히려 이를 근거로 각하시킬 만큼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었죠.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소했지만, 인권위조차 ‘학교가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결국 학교 측이 대체시험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현재의 유급결정을 취소해주기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번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만약 패소하면 판례가 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하나님의 인도로 승소함으로써 재림교인 학생들이 안식일 시험 거부 및 추가시험을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안식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그동안에는 거의 관계 당국에 협조를 구하거나 민원을 넣고, 담당자와 원만한 관계를 통해 해결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보니 우리의 신앙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잘 해결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거나 당사자의 교체, 혹은 사회 환경이 변화되면 막혀버리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번 재판은 임시방편이 아닌, 항구적인 결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이 큽니다.

그 연장선에서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안식일 해결 대응방식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는 말씀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선례가 됐습니다. 향후 우리의 믿음과 신조가 사회제도와 충돌할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울러 이번 소송은 범교단적으로 관심이 방대하게 집중돼 모든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연합해 기도하며 쟁취한 승리라는 점에서도 값어치 있습니다. 이 일은 한지만 군 혼자 한 투쟁이 아니고, 변호사 혼자 노력한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나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만이 나서서 한 일도 아닙니다.

많은 성도들이 협력하고 관여해 주셨습니다. 자신의 일처럼 기도하고 물질적인 후원을 보내 주셨습니다. 한국연합회는 행정적, 재정적으로 돕고, 과거 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SDA의사회 회원들은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습니다. 재림교인 법조인들은 관련 자료를 찾아 법률적이고 전문적인 부분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었습니다. 교회사적으로 단일 사건에 이렇게 집단적으로 힘을 모았던 사례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번 사건이 개인의 승리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의 모든 재림성도와 미래의 재림교인 및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승소였다고 생각합니다.

▲ 신앙적, 영적 의미도 조명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 우리가 주장하고 요구하는 종교자유의 내용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예언적으로 머잖은 장래에 종교자유에 대한 국가적 핍박이 일어날 거라는 걸 믿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구에 실제로 그 일이 발생한다면 이번 판결은 그 같은 강제조치가 반 헌법적이고, 반 인권적이라는 걸 알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재림교회가 전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종교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인권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우리와 신앙이 다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같은 판결을 거울삼아 우리의 행동이나 주장이 정당하다는 걸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다는 거죠. 만약 그런 것 없이 계속 우리 요구만 한다면 단지, 개인적 의견에 그칠 것입니다. 그래서 법적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많은 재림성도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편으로는 영적으로 느슨해져가는 교인들에게 경각심과 각성을 갖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의 고통을 돌보시고, 그분의 계명대로 살려는 사람의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고 약속을 들어주신다는 점에서도 매우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목사님들이 설교단상에서 안식일의 의미를 조명해 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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