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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가슴으로 듣는 음악회’ 빛의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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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9.11.0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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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된 지능과 장애 속에서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다”
동문엔터프라이즈 장애인들이 준비한 ‘빛의 찬양’은 귀로 듣는 음악회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음악회였습니다.
지난달 26일 안식일 저녁이었습니다. 시간에 맞춰 어린이청소년비전센터 새힘아트홀에 들어섰습니다.

동영상 촬영을 위해 일찍부터 현장에 있었다는 미디어센터의 한 스텝은 주섬주섬 취재장비를 챙기는 기자에게 “리허설만 보고도 눈물이 나서 혼났다”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피식 웃으며 “오버하지 말라”고 핀잔했습니다. 그리고 무대가 시작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기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1시간여 동안 진행한 음악회를 보며 기자의 마음에 내내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음악회를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왜 이제야 오게 됐을까’ ‘왜 미리 소식을 전해 더 많은 사람이 이 뜨거운 울림의 현장에 오도록 안내하지 못했을까’ 여러 생각이 반성처럼 스쳤습니다.

동문엔터프라이즈 장애인들이 준비한 ‘빛의 찬양’은 귀로 듣는 음악회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 음악회였습니다. 과연 어느 유명 합창단이 이들만큼 진한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동정이 아닌, 순수 그 자체였습니다.

객석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동영상을 촬영하는 핸드폰 불빛이 반딧불처럼 반짝였습니다. 일반의 공연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 순간을 영원히 기념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윤양순 집사는 “진행자가 감정이 앞서면 안 되는데,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며 큰 호흡을 내뱉었습니다. 벌써 3년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 뭉클한 광경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그건 기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이들을 향한 격한 환호와 격려는 그래서 당연했습니다. 관객들의 눈가에도 이슬이 반짝였습니다.

박은옥 원장은 인사말에서 “어떻게 하면 이 소중한 생명들이 제약된 지능과 제한된 장애 속에서 자유와 희망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을까를 날마다 간절히 기도하며 생각한다. 이들이 밝은 모습으로 노래하며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문엔터프라이즈를 돕는 기관과 교회들을 하나하나 소개했습니다. 후원자와 자원봉사자에게도 고개를 숙여 감사했습니다. 그 사랑과 협력의 손길이 모여서 장애인들이 밝은 모습으로 노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존경을 표해야 할 분을 모시려 한다고 했을 때, 장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누구일까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그들은 바로 장애를 가진 자녀를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27명의 부모님과 가족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지금까지 자녀들을 바라보며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 이 순간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여러분을 존경하며 사랑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쳤습니다. 존경과 경의에 찬 박수였습니다. 마음의 응원이 한껏 달린 박수였습니다.

동문엔터프라이즈 합창단은 이 공연을 위해 1년이나 연습한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내년 음악회가 기다려진다면 지나친 호들갑일까요. 하지만 내년에는 더 넓은 장소에서,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이 ‘빛의 찬양’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큰 감동을,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처음에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졌을 때, 오히려 그들에게서 우리가 더 크고 따뜻한 위안을 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내년에도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동문엔터프라이즈 ‘빛의 찬양’ 제6회 정기음악회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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