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죽산다사랑교회의 수재민 돕기 식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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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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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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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코로나 위험에도 기꺼이 참여해 이웃사랑 실천 ‘감동’
주방과 식당 한편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식탁에는 절단한 코다리를 다듬는 손길이 바삐 오간다. 깔끔하게 지느러미를 떼어 내고, 먹기 좋게 반으로 자른다. 손질이 끝난 코다리는 곧 맛있게 튀겨 양념을 버무린다. 일찌감치 해동은 했어도, 아직 완전히 녹지 않아 작업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고되다. 하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죽산다사랑교회 성도들이 아드라코리아(사무총장 임종민)와 함께 진행한 수해피해지역 주민 돕기 식사지원 현장이다. 교회는 안성시의 요청으로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이재민을 위한 식사를 제공했다. 20여명의 성도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기꺼이 앞치마를 둘러맸다.
이날 저녁메뉴는 코다리강정을 비롯해 달걀곤약조림, 멸치볶음, 양배추찜, 깍두기, 근대된장국 등이다. 식단만 봐도 군침이 돈다. 이재민 80명과 관리공무원 등 보통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아무리 빨리해도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랜 장마 뒤 찾아온 찜통더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줄줄 흐르지만, 개의치 않는다.
교회가 위치한 안성시 죽산면 일대는 이달 초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나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였다. 불과 30분 만에 시내가 온통 물바다가 되고, 도로가 강으로 바뀌었다고 할 만큼 침수피해가 컸다. 상가와 주택 그리고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수해 발생 닷새 만에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였다. 교회 지근거리에 재난대책본부와 이재민임시대피소가 설치됐다.
김수자 집사는 “비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졌다. 불어난 물살에 가까운 도로도 건너갈 수 없었다. 저지대 가게는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통유리가 박살나기도 했다. 죽산은 그동안 자연재해가 많지 않아 ‘안전지대’라고 했었는데, 살다살다 그런 비는 처음 봤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때문에 집을 잃은 이재민이 인근 학교와 시설 등에 대피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집안으로 밀려든 토사를 치워내고, 부유물과 쓰레기를 처리했지만 아직도 일부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돌아갈 수 없는 처지다. 살림살이도 어느 것 하나 쓸 수 없게 돼 집으로 되돌아가더라도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무더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속에서도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나온 이유도 같은 마음에서다.
안수자 집사는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실의와 좌절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건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한 거 아니겠냐”며 “어려움과 곤란을 겪는 수재민들을 위해 교회 차원에서 하는 활동이니까 오히려 더 힘이 나고 의미가 깊다. 모두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참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정례 집사는 “때가 때인지라 조심스럽긴 해도 방역과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 괜찮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은 오히려 사라진다. 젊은 ‘주연급’ 봉사자들이 앞장서서 전적으로 맡아 하니까 우리는 그저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이때,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고, 힘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전승자 집사는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시설에서 불편하게 지내는 분들이 많다. 언제 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리가 만든 음식을 드시고 다시 힘을 내셔서 하루속히 예전의 일상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가시길 바란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이들의 말마따나 봉사와 나눔의 현장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었다. 아침식사는 오전 5시까지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방의 불을 켰다. 직장을 다니는 이는 일부러 이 기간에 맞춰 휴가를 냈고, 집이 먼 사람은 교회에서 합숙했다. 심지어 최근 수술을 해 몸이 성치 않은데도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며 일손을 거드는 노년의 여집사도 있었다.
그럼에도 “몸이 고된 것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이 더 크고 좋다. 크든 작든, 잘하든 못하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도와서 하면 된다. 그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 아니겠냐”며 다시 열기가 뜨거운 주방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런 정성에 감동을 받고 인근에 사는 지역주민과 사회복지기관에서도 일손을 거들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있다고 해서 다만 몇 시간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달려왔다”며 미소 지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식사가 완성되자 이번에는 남자장로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식탁에 한가득 쌓인 도시락을 삼육두유와 함께 담아 배달하기 위해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대피소에 갖다 주면 담당 공무원이 받아 이재민에게 전달한다. 그나마 복구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대상자가 조금씩 줄었다.
김갑윤 장로와 김희원 장로는 “이런 활동을 통해 재림교회가 우리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교회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평소 아동센터와 발마사지 봉사 등 다양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교회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근래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평판이 엇갈리고 있는데, 다른 교회에서 하지 않는 선행을 보며 이 지역 주민들은 ‘다사랑교회는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착한 교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드라코리아는 이와 관련 “죽산다사랑교회의 봉사 기간은 관련 법에 의해 수재민에 대한 식사 지원 등이 제한되고, 이를 도울 단체나 자원이 없는 시기였다. 이재민들이 딱히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흔쾌히 봉사에 참여해주신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재림교회의 지역사회 재난지원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피해주민을 위한 실제적인 지원으로 지역교회와 교단의 역할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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