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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 (최종회)라오스에 ‘사랑묘목’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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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12.08.0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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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의사회, SMA 쿤 해외무료진료 현장에서
사랑나눔의사회의 라오스 쿤 지역 무료진료를 통해 1300여명의 주민이 도움을 받았다. 사진은 봉와직염을 앓는 아동의 고름을 짜내는 조현정 선생의 모습.
7월 26일 ... 한 명의 환자라도 더 ... ‘마지막 땀방울까지’
어느덧 진료 마지막 날 아침햇살이 떠올랐다. 이제 겨우 적응이 되고, 손발이 맞는 것 같아 진료 속도도 한결 빨라졌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대원들의 표정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아침부터 한 병실에서 어린아이의 떠나갈듯 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신생아의 그것은 아니었다. 고통을 호소하는 외침이었다. 엊그제 몽족마을에서 봉와직염으로 후송되었던 아이를 치료하는 소리였다. 그나마 지난 이틀사이 주사도 맞고 약을 먹어 많이 나아진 상태였지만, 이대로 집으로 보냈다간 재발이 불 보듯 뻔했다.

조현정 선생이 고름을 직접 손으로 짜내기 시작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찢어질 듯 더 커졌다. 고름과 피가 뒤섞여 여린 피부를 타고 쉼 없이 흘러내렸다.

조 선생의 장갑에 피와 고름이 범벅됐다. 짜내지 않아도 피와 진물이 수돗물처럼 터져 나왔다. 체내에 고름격막이 여러 개 형성되어 하나씩 터질 때마다 아이는 발버둥 치며 자지러질 듯 울음을 토해냈다.

“아가. 아프지? 미안해 조금만 참아. 곧 나을 거야...”

조 선생은 울부짖는 아이를 어르며 치료를 계속했다. 피와 고름을 닦아낸 수십 개의 거즈가 어느새 휴지통으로 가득 찼다. 울다 지친 아이는 눈물마저 말라 버린 듯 했다. 머리는 온통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일단 손으로 격막의 고름을 빼낸 후 체내에 남아 있는 잔량을 제거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얇은 호스를 삽입했다. 주사기로 남아 있는 고름을 빼내면 하루나 이틀 후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사이 붓기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약 30분간의 치료는 주사제와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끝났다. 땀과 눈물에 젖은 아이머리를 어루만지는 부모의 눈가에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조현정 선생도 그제야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른 아침시간이었지만, 그사이 환자는 평소보다 두 배나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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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기간 중 가장 바빴던 약국 ... “이 약 드시고 꼭 건강해지세요!”
무료진료 기간 중 가장 바쁜 곳 중 한 곳은 약국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기도 했다. 의과와 치과 환자 모두가 몰리다보니 숨 돌릴 틈도 없었다. 게다가 처음 얼마간은 모자란 일손 때문에 골치를 썩기도 했다. 특히 통역이 없어 이수정 약사는 홀로 고군분투해야 했다.

진료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주 쓰는 처방표현과 용법, 용량을 라오어로 정리해 대처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약 종류가 많아지거나 설명이 복잡해지면 그의 입에서 헛웃음부터 터져 나왔다. 마치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지...’ 하는 걱정 같았다.

그 중 백미는 설사증상과 안과질환을 함께 안고 온 어린아이. 먼저 분말로 된 소화약을 뜯어 시럽병에 넣고, 정량의 물과 용해시키는 법을 직접 시범 보였다. 이를 하루에 몇 번씩,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라오어 설명을 덧붙인다.

여기에 안질환까지 있어 안약을 넣는 방법도 알려주어야 했다. 2시간에 한 번씩 안약을 넣으라는 말을 손짓발짓으로 건네고, 알약은 식후 30분 후 하나씩 사흘 동안 먹이라고 이야기한다. 다행히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했는지 아기아빠는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가 되자 이 약사의 목이 쉬어버렸다.

한쪽에서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손놀림이 바쁘게 오갔다.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잠시 앉아 쉴 짬도 나지 않아보였다. 처방전을 손에 든 환자들은 밀려드는데 투약설명이 길어지다 보니 대기시간도 계속 지체되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이 급해지면 안 된다. 괜히 서두르다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환자가 자칫 약을 오용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꼼꼼하고 자세하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올바른 방법이라는 걸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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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짜이 ... 여러분의 사랑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밀물처럼 몰려들던 환자들의 발걸음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드디어 무료진료가 마무리됐다. 군 보건당국의 협조로 큰 혼잡 없이 진료활동을 접을 수 있었다. 현지 공무원들은 지역주민의 기대만큼이나 대원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종 적극 협력했다.

한 시간 후, 병원 인근의 마을회관에서 이들의 활동을 기념하는 환송행사가 열렸다. 쿤군과 병원 측이 주최한 모임이었다. 마을주민 100여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탁자에는 화려한 꽃장식과 정성껏 마련한 다과가 준비되었다.

이 지역 행정책임자는 “지난 나흘 동안 여러분이 보여준 큰 헌신과 사랑에 감사한다”고 인사하며 “여러분의 도움으로 우리 주민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 우리의 만남이 앞으로도 계속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단장 최대로 선생은 “만약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준비한 약이나 의료장비, 인력으로는 이 모든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무료진료는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최대로 단장은 “우리는 앞으로 3년간 시엥쾅 도내 3개 군에서 무료진료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소개하며 “지금까지는 단기봉사활동이었지만, 향후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장기치료에 필요한 기술과 건강관리법을 전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저기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쿤군 당국은 대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중한 고마움을 담아 감사장을 전달했다. 굵은 땀방울을 감추던 대원들의 표정에서 뿌듯한 보람과 서로를 향한 대견함이 읽혔다. 대원과 주민들은 해가 서산마루를 넘어가도록 서로의 안녕과 재회를 기원하며 우정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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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쿤 지역 무료진료를 통해 의과계열 850명, 치과계열 300명, 마을 이동진료 150명 등 모두 1300여명의 주민이 도움을 받았다. 당초 목표인원을 훌쩍 넘는 수치였다. 또 씨엥쾅 도립병원에서 진행된 의료기술 전수 세미나에는 24명의 현지 의료진이 참석해 선진의료기술을 지원받았다.

이번 활동의 의미는 무엇보다 그 대상이 수혜자이건 봉사자이건 모든 과정에 참여한 이들이 서로 존경하고 행복을 나누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앞으로 의료현장에 나서야 할 ‘예비 의사’ 들에게 나누는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산교육의 장이 되기도 했다.

봉사는 물질이나 육체뿐 아니라 마음의 끝자락까지 모두 비우며 헌신하는 것이란 교훈과 진정한 행복의 방법을 터득하는 시간이었다. 활동을 마친 대원들은 오히려 자신이 나눌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이것 밖에 되지 않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 2012년 라오스의 여름은 한낮 태양보다 더 뜨겁고 강렬했던 이들의 열정을 잊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연일 쉼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지구촌 이웃에게 사랑의 묘목을 심고, 나눔의 밀알을 파종한 45명의 ‘사랑나눔의사회 - 찾아가는 선생님’ 무료진료팀 대원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길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취재수첩을 적셨던 땀방울도 그제야 말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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