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준숙 코치의 ‘행복한 사춘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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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전 끝났습니다. 올해는 특히 킬러 문항 배제 방침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만점자가 한 명밖에 없을 만큼 ‘역대급 불수능’이었습니다.
아마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허탈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애써 노력한 결과가 성에 차지 않아 실망스러워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재수나 반수를 택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속상해하는 자녀의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아이가 눈치를 보거나 위축될까 봐 애써 겉으로는 미소를 짓지만, 표정은 속일 수 없습니다. “수고했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지만, 아이는 어느새 새카맣게 타버린 부모의 속마음까지 헤아린 듯합니다. 그래서 더 안쓰럽습니다.
그렇다고 “그러게 엄마가 뭐라더냐! 게임 하고 잠 잘 시간에 공부하라고 평소에 그렇게 타이르지 않았냐?”며 타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가는 자칫 싸늘해진 자녀의 마음에 한파가 불어 마음이 꽁꽁 얼어 붙을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안타깝고 아쉬운 건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행여 이 시기를 잘못 보내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정서적 연결은 끊기고, 서로를 향하는 마음 길에 빗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과를 떠나 부모가 먼저 다가가 위로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따뜻한 공감이 필수입니다. 그래야 자녀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난과 멸시에 맞닥뜨린 아이들은 정신적 영양결핍에 빠지기 쉽습니다. 인격마저 성적으로 평가하고, 줄을 세운다면 자유롭게 꿈꿀 수조차 없을 것입니다. ‘못난 자식’이라는 낙인으로 괴로워하며 절망할 것입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기의 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자칫 ‘나는 인생의 실패자’라는 프레임에 갇히거나 ‘나는 해도 안 된다’라고 지레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부모가 나를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건강한 성장의 길로 이끌어야 합니다. 실망감을 회복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어긋나 일탈할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사랑을 베푸는 존재입니다. 그래야 아이는 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줘야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노력해야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에도 1등만 기억하는 불공평한 세상에서 혹여나 무능감과 무력감에 노출되지 않도록 돌봐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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